[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 직전 이뤄진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정황 일부가 네이버(
NAVER(035420))분석 결과 확인됐습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네이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네이버는 “뉴스타파 보도에 언급된 9개의 계정에 대해 로그인 로그를 기반으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동일한 IP에서 명의가 다른 계정이 접속한 기록을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컴퓨터에서 한 사람이 아이디를 바꿔가면서 댓글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뉴스타파 보도에 의하면 리박스쿨 측은 자손군을 운영하며 '네이버 아이디'도 직접 만들고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네이버는 계정 1개당 최대 댓글 20개, 감정 표시는 50회로 제한되기 때문에 댓글 작업을 위해서는 여러 아이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자손군 활동이 네이버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지난 4월 29일 도입한 ‘이용자 반응 급증 감지 기능’에 의해 감지된 것도 확인됐습니다.
네이버는 ‘이용자 반응 급증 감지 기능’에 대해 특정 댓글에 일정 기준 이상으로 공감 또는 비공감이 집중되는 기사를 빠르게 탐지해서 이용자와 언론사에 알리는 기능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요. 공감을 많이 받을수록 댓글 창 상단에 노출되는 것을 악용한 공감수 조작을 감지하는 기능입니다.
네이버가 감지한 댓글 중, 자손군 조장으로 지목된 ‘우럭맨’이 작성한 댓글이 있었습니다. juh3***’아이디를 쓰는 우럭맨은 5월 7일 게재된 문화일보 기사 '前 민주당원 “‘이재명 성남시’ 검찰 압수수색도 미리 알아”'에 댓글을 작성했고, 해당 댓글은 반응 급증으로 감지됐죠. 하지만 뉴스타파의 리박스쿨 관련 보도 다음날인 5월 31일 오후 1시경 해당 댓글은 삭제됐는데요. 우럭맨’이 스스로 삭제한 것인데, 네이버는 “삭제한 댓글은 저장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리박스쿨 자손군 활동이 네이버 자체 조사에서 확인됐지만, 네이버가 21대 대선을 앞두고 ‘댓글조작’에 대한 대책이라며 제시한 ‘이용자 반응 급증 감지 기능’은 실제 댓글조작 후 삭제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네이버가 지난 4월 29일부터 약 한 달의 대선 기간 반응 급증을 감지한 댓글은 12건에 불과했는데요. 리박스쿨이 자손군을 통해 네이버 아이디를 ‘총알’이라며 제공하는 등 대대적인 악성 댓글 작성에 나선 것이 확인됐음에도 네이버가 자체 도입한 시스템이 적발한 사례는 12건에 그친 것이죠. 네이버가 감지한 12건에 대해 직접적인 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결국 이용자들은 어떤 댓글에서 반응 급증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최 위원장은 “댓글조작 세력의 활동을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라며 “포털사도 유명무실한 대책으로 책임을 피하려 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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