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새 정부에 전달할 숙원사업 속 상생금융 고심
2025-06-05 06:00:00 2025-06-05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은행권이 새 정부에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이자이익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하는데, 활로를 마련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입니다. 다만 '이자장사'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업권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상생금융 취지를 살리는 데 고심하고 있습니다.
 
"퇴짜 건의안 재탕 안돼"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이재명정부에 건의 사항을 전달할 계획입니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각 은행 전략 담당 부행장급에서 의견을 수렴했으며, '은행권 주요 건의 사항'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조직 인사가 마무리되고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은행권 건의 내용면에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신탁업 규제 완화를 비롯해 투자일임업 허용, 금융계열사간 정보 공유 허용 등은 10여년이 지난 은행권 숙원입니다. 새 정부나 국회가 출범할 때마다 건의해왔습니다. 은행권은 내용보다는 정부 의중을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입니다. 역대급 실적에 따른 사회적 책임 요구를 받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과거 논리를 재탕해서는 또 다시 퇴짜를 맞을 수 있다"며 "민생 회복이 새 정부 슬로건인 만큼 규제 완화가 사회적 책임 이행과 같은 맥락이라는 논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은행권 규제 완화 요구에는 신탁업 규제 완화가 있습니다. 현행법에서는 신탁 가능 재산을 금전과 증권, 동산 등 7가지로 한정하고 있는데요. 채무나 담보권을 포함해 주택담보대출을 낀 가계 자산도 신탁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은행권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신탁을 재산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다른 관계자는 "고령층 자산관리에 있어서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신탁재산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며 "고령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접근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권은 새 정부에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건의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공익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 부각
 
투자일임업 규제도 자산관리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은행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로 꼽힙니다. 투자일임업은 일정 수수료를 받고 금융사가 직접 돈을 굴려주는 사업입니다. 그간 은행권은 투자일임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나타냈지만 증권업계의 반발을 넘지 못했습니다. 은행권은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라도 공모펀드, 로보어드바이저 등에 제한적으로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건의할 예정입니다.
 
은행권 건의 사항에는 가상자산업 허용도 포함됩니다. 은행들은 디지털자산 관리·보관과 같은 수탁업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길 원하고 있는데, 현행법상으로는 은행이 가상자산업을 직접 영위할 수 없습니다. 유통·운수·여행·ICT(정보통신기술) 등 비금융 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허용하고, 부수 업무·자회사 소유 규제 방식을 '원칙중심 규제'로 바꿔 달라는 요청도 포함됩니다.
 
금융당국의 제재 방식 개선에 대한 건의도 있습니다. 은행권은 "자본시장법 등 대부분의 금융업법에서 제재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나, 은행법의 경우 금융회사(임직원) 제재 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어떤 행위가 제재 대상인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제재 사유를 법령상 의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열거해달라"고 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을 바라보는 은행권 속내는 편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이자장사' 비판을 받고 있는 데다 높은 실적에 따른 사회적 책임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익 개선을 위한 규제 철폐나 규제 완화 방안을 받아들이겠냐는 인식도 있습니다. 
 
'포용 금융'이 압박 강도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책자금 확대와 폐업 시 대출금 일시상환 유예 요건 완화, 대환대출 활성화, 중도상환수수료 단계적 감면 등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재원 마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상당수 재원을 금융권이 부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권 출범 초기 지지율을 등에 업고 상생금융 확대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업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완화가 특정 산업군의 먹거리를 위한 것이며 국민의 삶 개선과는 배치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자산관리 서비스가 투자자문업 활성화, 신탁업 혁신 이외에 투자일임업으로까지 확대되면 국민자산 수익률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지난 1월20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조용병(왼쪽) 은행연합회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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