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윤석열씨와 배우자 김건희씨가 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했습니다. 윤씨는 4월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에도 부정선거 관련 영화 관람, 산책 등 외부 활동을 이어왔지만, 김씨가 공식 모습을 드러낸 건 4월11일 한남동 관저 퇴거 이후 53일 만입니다. 이들은 이날도 자신들에게 제기된 의혹, 수사에 관한 사안에 대해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윤씨 부부는 기자들로부터 ‘검찰 수사를 언제 받을 것인가’, ‘사전투표가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느냐’, ‘탄핵 때문에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됐는데 국민들한테 할 말이 없느냐’, ‘수사에 왜 불응하느냐’ 등 질문을 받았지만, 끝내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웃음기를 띈 얼굴로 취재진을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윤석열씨의 부인 김건희씨가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윤씨 부부는 명태균 게이트(공천개입 의혹)와 건진 게이트(샤넬백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줄줄이 수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간 김씨는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검찰을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선 끝났기 때문에 더는 출석을 피할 명분이 없는 상황입니다.
먼저 검찰은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개입했을 정황인 이른바 '7초 매매' 의혹 규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고검 형사부(차순길 부장검사)는 김씨의 계좌를 관리한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씨와 2차 주가 조작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된 2차 주포 김모씨를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습니다. 대선 이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나면 김씨 소환조사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검찰은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지난달 25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했습니다. 오 시장에 대한 조사는 12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윤씨 부부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공천개입에 관여했는지 여부입니다. 김씨에 대한 강제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진게이트도 검찰의 수사 대상입니다. 이 사건은 2022년 윤석열씨가 대통령 당선된 이후 윤모 전 통일교 본부장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샤넬백과 60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선물을 전달했다는 의혹입니다. 윤 전 본부장은 윤석열정부에서 캄보디아 공개개발원조(ODA) 사업을 수주받기 위해 선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건진법사 등으로부터 샤넬백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전달한 샤넬백이 김씨의 수행비서 유경옥 전 행정관에게 전달된 사실까지 확인했습니다.
특히 윤석열정부에선 왜 김씨 의혹들에 대해 제대로 수사가 진행이 않았는지, 그간 윤씨 부부가 검찰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도 새로 수사할 대상입니다. 지난달 사의를 표명한 '친윤'(친윤석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민주당은 대선 직후인 5일부터 6월 임시국회 개회를 요구하는 소집요구서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출했습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선 김씨 등에 대한 특검법이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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