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태안화력은 지난 2018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발전소입니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오후 2시 40분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내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노동자 A씨(50)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초 목격자는 '기계 점검 중에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이 확보한 사고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A씨는 절삭기계 작업 도중 옷이 기계에 말려 들어가면서 회전하는 작업물에 맞아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A씨는 한전 KPS의 하청업체에서 발전설비 정비 업무를 담당한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원청인 서부발전이 한전KPS에 정비 하청을 주고, A씨가 소속된 회사는 한전KPS로부터 재하청을 받은 2차 하청업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평소 기계공작실에서 혼자 절삭기계를 다뤘으며, 사고 직전에도 혼자 작업 중이었습니다. 또 평소에 하던 작업물과는 다른 작업물로 절삭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A씨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는 한편 서부발전과 한전KPS, 하청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장 내 안전 지침 존재 및 준수 여부, 사고 당시 정확한 업무 내용, 평소 업무와 다른 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관계자 입건 수사는 물론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천안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와 서산출장소 산재예방지도팀이 즉시 사고 조사에 착수했고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조치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고 알렸습니다.
태안화력에서는 6년여 전에도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김씨는 2018년 12월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소 근무 중 컨베이어벨트 이상을 확인하다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는 당시 입사 3개월 차였습니다. 김용균씨의 죽음은 한국사회에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서부발전에서 김용균이 또 죽었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부발전의 사고보고서에는 '기계공작실 내 선반 주변을 임의로 정리 중이었다'고 적혀 있다.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했다"며 "서부발전은 김용균의 죽음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더 뻔뻔하게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소식에 진보정당들도 긴급 성명을 냈습니다. 민주노동당 충남도당은 이날 사고 직후 성명서를 내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강화가 절실하다"고 촉구했습니다.
노동당은 성명에서 "김용균 사망 사고의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했다면, 조금 더 안전한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오늘의 죽음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며 "한국 사회처럼 많은 노동자가 일하다 죽어 나가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전KPS는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경찰 및 소방119가 현장에 도착해 구급차로 이송했으며 일단 태안보건의료원에 안치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금일 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으로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조사기관의 사고원인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며,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재발방지대책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서부발전도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데 대해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리며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현재 정확한 원인에 대해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한전KPS와 함께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개선 조치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