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사건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돼 5년간 취업이 제한됐지만, 이 회장은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해 논란이 됐습니다. 시민단체는 규정 위반이라며 고발했으나, 검찰은 이 회장이 급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취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총수가 취업제한을 피해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기일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달 15일 이재용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했습니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서울고검의 항고 기각 결정에 반발해 지난해 12월23일 대검에 재항고한 지 약 5개월 만입니다. 재항고는 소송 절차 중 내려진 결정이나 명령에 불복해 다시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입니다.
이 회장은 2021년 1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고, 그해 8월 가석방됐습니다. 이 회장은 가석방 뒤 곧바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는 등 사실상 회장직에 복귀했습니다. 현행 특경법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고 5년 동안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이 회장이 특경법상 ‘취업제한’ 규정을 어겼다며 반발해 같은 해 9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이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경찰에 이첩했고, 경찰은 2022년 6월 이재용 회장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급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취업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경찰의 판단에 반발해 검찰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현행 법률은 ‘취업’과 ‘사실상 노무 제공’을 구별하고 있다”며 이 회장의 무급 경영 활동은 취업이 아닌 사실상 노무 제공에 해당한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이에 연대는 상급 기관인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서울고검 역시 서울중앙지검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항고를 기각했습니다. 항고는 지방검찰청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등검찰청에 제기하는 절차입니다.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인 노종화 변호사는 “특경법상 취업제한 조항의 입법 취지는 횡령·배임 등 불법 행위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려는 데에 있다”며 “이 같은 취지를 고려하면 ‘취업이 아니다’라는 판단은 부당하며, 앞으로는 실질적인 업무 수행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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