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인공지능(AI) 분야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도 높은 수요를 유지한 점은, 주요 파트너인 SK하이닉스에도 향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뉴시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2026 회계연도 1분기(2~4월) 실적 발표를 통해 440억6000만달러의 매출과 0.96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26% 증가한 수치로, 시장조사 업체 LSEG가 예상한 매출(433억1000만달러), 주당순이익(0.93달러)을 모두 웃돈 성과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391억달러로, 엔비디아 1분기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했습니다. 엔비디아는 거대언어모델(LLM), 생성형AI 애플리케이션 등을 위한 AI칩 수요가 데이터센터 분야의 매출을 견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임 부문과 자동차·로보틱스 부문도 각각 38억달러(전년 대비 +42%), 5억6700만달러(+72%)로 고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인프라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며 “블랙웰이 시스템 제조사를 비롯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통해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호실적과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 둔화로 부담을 겪었음에도 2분기(다음 분기)에 대한 견고한 매출 전망을 제시했다”며, 미국이 H20칩까지 대중 수출 규제를 확대한 상황에서도 실적을 지켜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AI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엔비디아 주요 협력사인 SK하이닉스도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됩니다.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해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 중입니다.
지난 19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전시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는 6세대 제품인 HBM4 12단 제품을 4분기부터 대량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HBM4가 최초로 탑재될 AI 가속기 ‘루빈 플랫폼’의 출시에 맞추기 위한 것입니다. 기술력에서 격차를 벌려 업계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젠슨 황 CEO도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렉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직접 찾아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한 바 있습니다.
반면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지만 아직 후발주자 단계로 점유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HBM4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는 있으나 SK하이닉스보다 조기에 개발 및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실정입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기 위한 품질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1년이 넘도록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SK하이닉스와의 차이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엔비디아가 TSMC를 필두로 대만에서 인프라를 구축하려 하는 만큼 HBM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삼성 파운드리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SK하이닉스가 HBM4 공급을 준비하면서 독주 체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엔비디아는 고사양 HBM을 위주로 한다. 모든 사양과 스펙을 SK하이닉스와 맞춰왔을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도 그에 맞춰야 하는데 (SK하이닉스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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