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국내 대기업 부품소재 계열사들이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꼽히는 유리기판 시장 개척에 나섰습니다.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는 연말까지 상업화를 목표로 했고,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2027년 이후 양산을 계획 중입니다. 기업 간 생산 시점에 차이가 있는 만큼, 각사는 저마다의 비전과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축전을 벌일 전망입니다.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의 유리기판. (사진=앱솔릭스)
SKC는 지난달 29일 31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교환 대상은 자사주 298만5304주이며, 교환가액은 1주당 10만3842원입니다. 이번 교환사채 발행은 재무건전성 확대 및 유리기판 사업의 자금 확보를 위한 것입니다. 자회사인 앱솔릭스의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앱솔릭스는 유리기판을 양산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서 세계 최초로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준공해 시제품을 양산했습니다. 이미 미국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복수 기업에 샘플 인증도 받고 있습니다.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는 유리기판은 반도체 칩을 정밀하게 쌓는데 사용되는 유리 소재의 기판으로,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열에 강하고 휘어짐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데이터 처리 속도도 기존 기판보다 40%가량 빠를 것으로 전망되며 전력 효율도 기존 기판보다 뛰어날 것으로 평가됩니다. 또 실리콘 기판보다 가격도 저렴합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앱솔릭스는 연말까지 고객사 인증을 마친 후 상업화를 본격화할 방침입니다. 예정대로라면 유리기판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소규모 양산이 가능한 생산 라인까지 구축한 상태로, 납품 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라인 증설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SKC 관계자는 “(유리기판) 시작을 먼저 한 탓에 (경쟁사보다) 빠른 상태”라며 “연말까지 상업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삼성전기는 오는 2027년 대량생산을 목표로 이달부터 유리기판 시험생산 라인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달 “올해 안에 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만들어 샘플링과 라인 가동을 시작해 적어도 2~3개 미 빅테크에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LG이노텍도 구미공장에 유리기판 시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연말부터 시제품 생산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세 곳 중 가장 후발 주자지만 공격적 투자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오는 2027~2028년부터 양산에 나설 방침입니다.
업계에서는 현재로서는 SKC가 가장 앞서 있지만, 후발 주자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충분히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2일 “유리기판이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코어를 유리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FC-BGA 사업에서 선전하고 있는 양사라면, 지금까지 해온 역량을 바탕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유리기판은 FC-BGA의 코어를 유리로 바꿔 고도화하는 것으로 기술적 접점이 많습니다.
관건은 유리기판의 수율입니다. 현재 유리기판의 수율은 기존 기판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수율 확보는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김미승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수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장비를 시장에 내놓더라도 수율이 일정 이상 되지 않으면 양산이 어려워 그런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