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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21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기술특례상장 심사 과정에서 시장성 요건이 강화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다만, 시장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 내려지지 않아 상장 준비 기업들은 막연한 태도로 상장을 준비하는 실정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시장성 기준으로 연 매출 50억~100억원 수준이 요구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관련 경험을 토대로 한 추론일 뿐 공식적으로 확인된 기준은 아니다.
상장기업을 심사하는 기조가 바뀌면 그에 맞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현장에서는 소문으로만 떠도는 매출 기준만 듣고 무리해 매출을 확대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유망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상장만 바라보고 매출 확대에 골몰하는 형국이다. 이는 기업의 기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뿐 아니라 자금조달의 문을 넓혀 기술 발전을 추구하려는 기술특례상장의 본래 취지에 모순되는 것이다.
<IB토마토>는 혼란에 빠진 기술특례상장 시장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의 견해를 듣기 위해 특허법인 BLT 대표변리사를 만났다.
유철현 특허법인 BLT 대표이사(사진=특허법인 BLT)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특허법인은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기업을 돕는 일을 한다. 흔히 특허법인이나 변리사는 상표, 실용신안, 디자인 출원을 대행하고, 등록을 돕는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기업 지식재산이 비즈니스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돕는 일도 하고 있다.
법인 설립 초기에는 초기 창업자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이러한 서비를 제공해 왔다. 몇 년전부터는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혹은 상장 이후 성장 모멘텀을 고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지식재산 기반의 IP 주도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행하는 업무도 하고 있다.
특허 업무를 함께 해왔던 고객사로부터 요청을 받으면서 기술특례상장 관련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기술특례상장에서 기술평가의 중요성을 배웠다.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중에서 주로 혁신 기술형 트랙(기술력을 중심으로 평가)을 준비하는 곳과 함께 상장 전략을 짜고, 상장 후 지속가능한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까지 함께 고민한다.
-기술특례상장 컨설팅이라는 말이 포괄적으로 들리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알려달라.
△기술평가 절차 과정에서 기업들이 겪는 혼란을 해소하는 일이다. 기술특례상장 초기 단계인 기술평가는 기업이 직접 준비하는데, 직접 준비하기엔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20년까지만해도 기술특례상장 준비 과정에서 기술 평가 항목, 실제 기술 평가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웠던 것이다. 또한 기술특례상장 평가기관들마다 평가기준도 다소 다른 면이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23년이 돼서야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표준 평가 모델을 만들었고, 평가 기준이 보다 명확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들은 어떤 기술을 핵심 기술로 삼는 것이 유리한지 또는 어떤 기술을 내세워야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지 등 전략 수립에 고민이 많다.
컨설팅을 통해 기업이 기술특례상장 과정에서 겪는 전략적 혼란을 함께 고민하고 돕는 역할이 컨설팅이다. 특허법인이나 변리사는 특허를 기반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업무를 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평가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 왔다.
-기술특례상장기업들이 상장 이후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받아 시장이 떠들썩했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현재 상황만 보면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나 경기침체 등의 영향이 분명히 있다. 기술은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지만, 뛰어난 기술이나 제품이라도 시장의 선택을 반드시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다른 실적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도 상장 통과에 집중하다 보니 지속적인 회사의 성장보다는 단기 실적에 급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최근 기술특례상장 과정서 매출을 보는 기조가 관측된다. 상장 준비 기업에 나타난 변화가 있다면?
△매출을 보는 기조가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많은 혼란을 느끼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시장성 평가를 강화한다는 것이 꼭 매출을 검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업에서는 거래소, 상장 평가기관, 증권사에서는 시장성 평가 강화 기조가 나타나면서 매출 검증이나 매출 기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상장 평가기관들이 매출을 중시하는 이유는 거래소의 시장성 강화 지침에 대응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가령 심사 과정에서 매출 50억원을 찍어야 심사를 통과한다 혹은 100억원은 돼야 상장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50억원, 100억원 등 매출 기준은 공식적이고 명확한 매출 요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상장 준비 기업들은 정말 매출 50억원, 100억원을 찍어야 상장이 가능한지 알 수 없어 소문으로만 이를 확인하는 상황이다. 평가기관마다 평가 기준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한 기업이 기관별로 심사 등급이 상이한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기업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그렇다면 거래소나 평가기관들이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확립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거래소나 평가기관들이 명확하게 시장성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정리해 알릴 필요가 있다. 거래소가 업종별로 기술성과 시장성 평가 비율을 정하고 있으나, 그 평가 방법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기술특례상장 심사에서 매출을 보는 기조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고 있는데, 그 기준이 얼마인지는 소문으로만 들리는 실정이다.
거래소에서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소수라 매년 밀려드는 상장 신청을 소화하기 힘들다. 이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어렵다. 상장 신청은 많은데 이를 심사하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평가 지침이 비공식적으로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정기적인 인사이동도 심사 전문 인력 양성을 가로막는 요소다.
-매출 요건 강화로 인한 기술특례상장 위축도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가 실제로 나타나는지?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시장성을 가장 손쉽게 평가하려면 과거와 지금의 매출을 기반으로 미래의 매출을 추정하는 것이다. 거래소나 평가기관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상장을 심사할 방법은 매출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대부분은 매출 확대 등 숫자에 매달리기보다 기술 개발이나 제품 고도화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매출 지표로 검증을 강화한다면 기술을 내세워서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했던 기업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시장성 평가를 강화하는 데 있어 꼭 지금의 매출을 평가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기술특례상장 통과를 위해 급격히 매출 몸집을 불린 기업은 부작용도 있을 것 같다.
△핵심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핵심 매출을 키우고, 그 결과를 가지고 상장 심사를 받았다면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 기술특례상장 준비 기업들은 당장 매출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핵심기술과 관련은 있지만, 하위에 있는 기술, 이른바 ‘브릿지 아이템’을 만들어 임시로 단기 매출을 불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렇다 보니 나중에 임시 매출이 핵심 매출로 전환되는 과정이 필요하고, 전체 매출이 하락하는 과도기가 나타날 수 있다. 상장 전 매출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임시 매출을 만들 때 핵심기술의 가치와 거리가 먼 이질적인 제품이나 기술로 매출을 일으킨 경우라면 상장 이후 매출 경로가 바뀌면서 매출 하락이나 성장 둔화가 커질 수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상장 후 5년간 매출 요건을 유예 받는데,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관리종목지정 후 상장폐지로 갈 수 있다. 기술이 유망하지만 매출 변환 기간이 길어 빛을 못 보는 경우인데 대안이 있다면?
△산업군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기업은 5년 이내에 재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업종별로 매출 유예 조건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 혹은 5년 이내에 매출이 발생하지 못할 정도로 기술개발이나 제품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이에 대한 소명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기술특례상장은 상장을 전후해서 곧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상장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5년 이상 적절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는 기업 측의 문제일 가능성도 높다. 상장 문턱을 낮추고 퇴출 요건을 강화하는 거래소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기술특례상장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기술 평가 관점에서 본다면 시장성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거래소의 메시지가 시장의 혼란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데 혼란이 없도록 거래소가 명시적인 매출 기준을 마련하거나 ‘매출 요건은 어디까지나 참고 지표에 불과하다’ 등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상장 준비 기업에 어려움이 없어질 것 같다. 또한 기술특례상장 평가기관들이 동일한 표준 평가 모델을 일관적으로 적용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이상적인 방향은 현재의 매출로 시장성을 평가하는 기조를 최소화하고, 정교한 평가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시장성을 단순 매출에 기반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미래 가치와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상장 후 5년 이내에 해당 기술의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고, 시장 수요에 맞는 기술과 제품인지를 확실히 검증하는 것이다.
앞으로 기술특례상장을 활용해 더 많은 기업이 상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5년 내에 스스로 사업계획을 증명하지 못한 기업은 퇴출 등 처분을 받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가 형성돼야 시장이 더욱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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