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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녹십자(006280)가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해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매년 1000억원 이상의 현금 창출능력이 투자 부담을 뒷받침하고 있고, 미국 혈액제제 시장 진출에 따라 향후 현금 창출능력이 제고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더 이상 재무안정성이 악화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녹십자 알리글로(사진=녹십자홀딩스)
15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녹십자의 차입금의존도는 30.2%로 직전연도(27.4%) 대비 상승하며 차입금의존도 안정성의 마지노선인 30%를 소폭 넘어섰다. 녹십자는 적극적인 투자로 인해 자금 소요가 커졌고, 혈장 재고 확보 과정에서 운전자금 부담도 커졌다. 이에 차입금의존도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순차입금 의존도도 같은 기간 25.5%에서 29.3%로 상승했다. 다만,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85.3%를 기록해 안정권에 머물렀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차입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적극적인 투자 지출이 있다. 녹십자는 2019~2023년 매년 1000억원 이상(2022년 제외)의 자본적 지출(CAPEX)을 단행했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되면서 CAPEX는 408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향후 투자가 재개될 예정이라 투자 지출은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녹십자는 오창공장 생산능력 확장 및 피하주사 전용 라인 투자에 연간 600억원 내외의 시설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이와 별개로 혈액제제(혈액을 원료로 만든 치료 물질) 알리글로 생산량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도 진행된다.
지분투자도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지난 1월 미국 내 8곳의 혈액원을 보유 중인 ABO홀딩스 지분 100%를 1380억원에 인수했다.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 원료 확보 차원에서 단행된 투자다.
투자 지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현재 재무 안정성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다. 현금 창출능력 개선 가능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녹십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131억원으로 2023년(1103억원)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녹십자는 주력 제품인 혈액제제를 중심으로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녹십자는 지난해 하반기 알리글로를 내세워 미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내 혈액제제 공급은 6개 제약사(녹십자 제외)가 점유하고 있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아울러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월 혈액원 지분 인수로 녹십자가 중장기적 혈액제제 매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적극적인 투자로 인해 녹십자는 단기에 차입금을 감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점진적으로 현금 창출력을 개선해 자금 소요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혈액제제 외에도 헌터증후군(대사장애) 신약인 헌터라제 수출액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수출액이 줄었으나, 지난해 들어 회복세를 보였다.
한편 녹십자의 지난해 매출은 1조6799억원으로 직전연도(1조6266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혈액제제 매출이 같은 기간 1000억원 이상 증가하며 타 제품군의 매출 감소를 상쇄할 정도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녹십자의 보유 단기성 차입금(3922억원)은 현금성 자산(240억원) 대비 큰 상태로 단기 상환 부담이 높다. 그러나 녹십자의 이익 창출능력과 담보로 제공되지 않은 유형자산(장부가 7792억원) 등을 고려하면 유동성 위험은 낮을 것”이라 분석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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