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검찰이 윤석열씨의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14일 소환조사를 정식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김씨 측은 13일 수사팀에게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김씨 측은 특정 정당의 공천개입 의혹에 관한 조사가 강행될 경우 추측성 보도가 양산될 우려가 있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김씨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엔 체포영장 집행 등 강제 수단도 고려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김씨 소환조사 일정을 흘리고, 강제 조사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건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검찰이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씨에게 14일 서울중앙지검 출석을 통보했다. (사진=뉴시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김씨 측에 출석요구서를 보냈습니다.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는 겁니다.
명태균 게이트 수사는 12·3 계엄과 윤석열씨 탄핵, 조기 대선 국면과 맞물린 탓에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김씨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가 진행될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윤씨가 파면된 상황에선 김씨에 대한 수사가 대선 등 정치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은 만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 당시에도 김씨를 조사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처가 요구한 제3의 장소에서 김씨를 조사, '황제조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검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김씨를 검찰청사로 직접 불로 조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씨는 윤씨가 파면된 이후엔 더이상 영부인 신분이 아닙니다. 만약 검찰이 김씨를 검찰청사로 부르지 않고 또 '제3의 장소'를 이용할 경우엔 더 큰 '특혜 논란'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이 과연 김씨를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선 여전히 부정적 시선이 많다는 겁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공천 개입 의혹에 관한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와 물증 확보를 상당 부분 진행해 놓은 상태입니다. 사실상 윤석열씨 부부 두 사람에 대한 수사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월 김씨 측에 자진 출석을 요구해오다 석 달가량 진전 없이 사실상 수사에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애초 소환조사에 대해 김씨 측이 반응이 없었다면 강제구인에 나섰어야 했지만, 검찰은 석 달 넘게 김씨 측의 자진 출석을 기다리다가 대선의 윤곽이 잡힌 지금에서야 '늑장 소환조사'를 요구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검찰은 세 차례 정도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를 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기소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2025년 2월부터 4월까지 피고인 문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김씨에 대한 '황제조사'나 자진출석 여부를 봐주는 것은 특혜로 볼 수 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김씨에 대해 소환 통보를 한 것을 두고도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선 판도가 윤곽이 잡히자 수사를 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는 겁니다. 대선을 앞두고 김씨가 수사를 피하려고 할 때 검찰이 강제 수사를 할지 여부도 미지수입니다. 통상적으로 대선 기간이 가까워질수록 검찰은 정치적으로 부담을 지는 수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대선을 앞두고 강제 수사에 나서기도 시기상 어렵습니다. 당장 검찰 내부에서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만큼 정치적 중립성 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적으로 선거 전 검찰은 정치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사를 멈춰왔습니다.
김씨의 의혹을 두고 검찰이 소환조사를 요구하고 강제 수단을 고려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대선 전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소환에 불응해 체포영장까지 검토했던 바 있습니다.
윤씨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 담당 부장검사가 교체됐지만, 수사팀 검사들은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2023년 12월3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주가조작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가 출석 요구를 거부해 끝내 소환조사를 하지 못했고,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창수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이후엔 '황제조사'를 통해 김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과정에서 체포영장까지 검토했던 것은 20대 대선이 치러진 뒤에 알려졌습니다. 이번처럼 수사 단계에서 소환조사를 정식으로 통보한 이후 강제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수사팀 내부의 은밀한 수사 상황이 공개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명태균 관련 김건희를) 수사하고 있으니 이 수사를 제대로 할 때까지 건드리지 말아달라, 우리는 친윤은 아니다 그런 메시지로 보인다"며 "(체포영장 검토 등은) 우리는 엄정하게 수사하려는 입장인 것을 알아봐달라 그런 의미로 읽힌다"고 해석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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