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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13일 11:1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은행이 대전시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해 말 대전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설립한 대전투자금융을 통해서다. 과거 충청은행 인수 당시 지방은행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오는 9월 결정될 대전시 1금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은행 본점 (사진=하나은행)
지방은행 빈자리 채운다
13일 금융투자업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대전투자금융에 1000억원을 출자한다. 2000억원 규모인 1호 모펀드의 절반 이상을 하나은행이 해결한다. 대전투자금융은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설립된 벤처캐피탈(VC)이다.
대전투자금융은 자본금 500억원을 전액 대전광역시가 출자한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로, 지역 벤처기업 혁신과 성장 지원에 초점을 맞춘 투자 중심 기술 금융기관이다. 지자체형 첫 VC인 만큼 설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법무법인 화우의 자문으로 법률과 금융업 관련 규제를 해결하고, 하나은행의 출자를 통해 금전적인 어려움을 해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완화도 설립의 배경이 됐다. 특히 첫 지방정부 공공투자기관이 대전에서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대전·충청권 지방은행이었던 충청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기업 지원에 비교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지역은 iM뱅크(전 대구은행), 광주와 전남·전북 지역은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부산과 경남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기업 지원을 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설립 목적이 지방 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대부분의 대출은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은행 소재 지방의 지자체 행사 상당수에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기업 대출의 경우에도 지방 소재 기업을 대상 실행 비중이 높다”라고 말했다.
1분기 전북은행의 경우 대출금의 56.2%가 전북, 광주은행은 같은 기간 54.6%가 광주, 12.7%가 전남지역에 실행되는 등 지방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충청은행도 부실 은행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대전의 살림을 도맡아 했다.
"대규모 투자 이유 있었네"…금고 경쟁 '변수'
하나은행과 대전시와의 인연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당시 충청은행은 건전성이 악화됐고, 지난 1998년 6월 1차 금융조정으로 부실 은행으로 지정됐다. 이후 하나은행은 충청은행을 인수하면서 지방은행의 역할을 맡겠다고 약속했다.
충청은행 인수를 제외하더라도 하나은행과 대전시는 인연이 깊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이 충남 부여군 출신으로,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을 거쳤다. 하나은행 충청지역 본부장과 대전영업본부장을 거쳐 대전·충청지역의 통으로 꼽히는 데다 대전하나시티즌을 인수해 K리그 1위 팀으로 올리는 데도 일조했다.
대전투자금융은 상반기 내로 펀드 조성을 완료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나은행 출자금 이외의 1000억원은 타 금융기관과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출자를 통해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지원군이 부족했던 대전 소재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나은행이 모펀드의 출자금의 절반을 해결해주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펀드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과 대전투자금융이 대전 충청 기업 소재 기업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펀드 조성 이후 대전투자금융은 대전시 6대 전략산업과 스타트업, 딥테크 분야이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대전시 6대 전략산업은 우주항공, 바이오헬스, 반도체, 국방, 양자, 로봇이다. 대전시는 지난 3월 대전스타트업파크 본부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창업기업을 본격 지원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특히 대전스타트업파크의 창업 공간 조성에도 하나은행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충청은행 빈자리 채우기가 한창인 가운데, 현재 대전 구금고 대부분도 하나은행이 수성했다. 대전 5개 구 가운데 서구, 중구, 대덕구, 유성구가 이미 차기 구금고를 하나은행으로 지정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8년부터 대전 제1시금고도 맡고 있다. 지난 2022년 약정기간이 시작돼 올 7월 말부터 시금고 제안서 접수를 받을 예정으로, 계획대로라면 9월 차기 시금고가 결정된다.
다만 2금고 체제로 변경된 이후 하나은행이 17년여 동안 대전시 살림을 꾸려왔는데, 타 지역 대비 출연금 확대 폭이 미미해 사실상 1금고 자리 주인은 기정사실화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약정협력사업비는 116억원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협력사업비 부문은 심의 항목에 포함되어 있으나, 대전투자금융에 대한 출자가 단행된 것은 아니다 보니 시금고 선정에 영향이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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