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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12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최근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면서 금융지주들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외화 자산의 환산 금액이 줄어들어 RWA 부담이 완화되고, 이에 따라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대 금융지주들이 올해 밸류업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자본력 확충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이번 환율 흐름이 더없이 반가운 분위기다.
4대 금융지주(사진=각 사)
환율 급등에서 안정세로…1400원대 초반 안착
1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2시 원달러 환율 야간거래 종가는 1399.8원이다. 지난 9일 영미 무역합의 영향으로 잠시 1415원을 넘기면서 상승했으나, 금세 안정화돼 주간거래 종가보다도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보였던 상승 그래프도 꺾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 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환율 급등은 트럼프 2기 출범과 국내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특히 계엄 이후 환율은 1500원 돌파를 우려할 만큼 불안정했으나, 최근 대만 달러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 강세와 미국의 관세 협상 완화 기대가 하락을 견인했다.
환율 안정세에 은행권은 한숨 돌렸다는 입장이다. 당장 환 관련 전략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은 미미하나, 관리가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환 관련 리스크에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은 직·간접적으로 환율의 영향을 받는 구조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이 대출 이자기 때문이다. 은행은 기업에 대출을 실행하고, 이에 따른 이자를 받아 이익을 낸다. 은행의 수익구조가 이자 이익에 쏠려있다 보니 기업 상황에 따라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도 출렁인다.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은행의 전략도 달라지게 되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우리 기업도 관세와 환율에 예민하다.
차주의 상환 여력 외에도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대출은 경영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외화 대출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면서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무제표에 직접적으로 손실을 낼 가능성이 있는 데다 위험가중자산도 늘린다. 외화 위험가중자산 환산액이 불어나기 때문인데, 이는 CET1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외화 위험가중자산은 은행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금융지주 주요 전략 성패의 키로 작용한다. 은행이 금융지주의 주요 자회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의 외화 유동성과 자본력이 흔들릴 가능성에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을 소집해 외환 부문 리스크를 점검하기도 했다.
다만 환율이 지난달 8일 1486.5원을 끝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은행들의 2분기 위험가중자산 관리가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이하로 하락했으며, 6일에는 역외에서 1360원대 중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환율 하락은 대만 달러의 강세와 흐름을 같이 했다는 분석이다.
CET1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 비율이다. 손실흡수능력을 가늠할 수 있어 주요 경영지표로 꼽히는데, 특히 주주환원의 기준이 돼 금융지주들이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ET1이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자본비율로 산출되는 만큼,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면 CET1은 상승한다.
외화 자산 보유량이 많은 하나금융의 경우 2분기 직접적인 환율 하락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1분기 위험가중자산은 283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1.43%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이 0.25% 하락한 것과 반대다. 3개월간 약 4조원이 증가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제도 변경 등의 이유로 비은행 자회사에서 발생한 탓이다.
다만 일회성 요인인 만큼 2분기 발생 가능성이 없는 데다 환율도 하락해 2분기 CET1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준 KB증권 연구원은 환율 10원 하락 당 하나금융 CET1은 0.03%p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 계산하면 9일 기준 야간 거래 종가인 1399.8원과 지난 3월31일 환율은 86.7원 차이로, 환율 덕에 CET1은 약 0.26%p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환율이 하락하며 기업 상환 여력이 늘어나 은행의 RWA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다만 큰 틀의 전략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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