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쇼크에…한·미 금리 '디커플링'
미 금리 동결에도…한은, 이달 '금리 인하' 유력
'경기 부양' 발등의 불…걸림돌 환율도 한풀 꺾여
2025-05-09 16:05:00 2025-05-09 16:05: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도 지난 1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의 수렁에 빠진 만큼,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마침 그간 기준금리 인하 걸림돌이었던 원·달러 환율도 6개월 만에 1300원대로 내려왔습니다. 때문에 인하 결정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게 시장의 판단입니다. 한·미 간 통화정책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현실화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 벌어진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미 연준, '인플레 위험'에 3회 연속 금리 동결  
 
미 연준은 지난 6~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습니다. 지난 1월과 3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 결정입니다. 연준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고, 실업률과 물가 상승의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동결 배경을 밝혔습니다.
 
연준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지만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악화된 심리지표가 실물지표에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발표된 대규모 관세 인상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 경제 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가 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인 물가 수준 변화라는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고, 그 영향이 지속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데이터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 않고, 인내하는 게 적절하다"며 통화정책 신중론을 고수했습니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75%)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으로 1.75%포인트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앞서 한은은 올 2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금리차가 1.75%포인트 벌어졌고, 이 같은 격차는 3개월 넘게 유지 중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힘 받는 '금리 인하론'…한·미 격차 확대는 부담
 
보수적인 연준의 행보에도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환율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지만, 그보다는 경기 침체 우려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정부 안팎에서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한은의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나, 국내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판단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지난 1분기 우리 경제는 -0.2%로 역성장하면서 수출과 내수 성장 동력 모두 위축됐습니다. 한은 역시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저성장 가능성을 우려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따라서 과거 말씀드린 것보다 (5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여기에 그간 기준금리 인하 걸림돌이었던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로 내려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대'에 머물러 있는 점도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싣습니다. 이 총재도 지난 5일 밀라노 출장 중 기자 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환율이 다시 치솟으 물가 상승과 외국인 자본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환율과 물가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이 떨어지고 내수 침체가 깊은 상황이라 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재정정책과 보조를 맞춰서 한은도 인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환율이 어떻게 변화하냐에 따라 금리 인하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며 "올해 2번 내지 3번의 인하 결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고 국내 물가 상승 경계심은 다소 낮은 만큼, 미국과 달리 중립 금리 이하로의 인하 여지가 있다"면서 "이달 1차례, 8월 1차례 등 연내 추가 2차례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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