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올해 1분기부터 제지업계는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표 제지업체들의 실적 하락도 본격화했고, 전체 종이류 수출액도 5%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국내 유입까지 겹치면서 제지업계 전반의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솔제지, 매출 늘었지만 이익은 '뚝'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솔제지(213500)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3억3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줄었습니다. 매출은 7.8% 증가한 5755억9600만원이었지만, 수익성은 뚜렷하게 악화됐습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선진 시장 판매 위축, 전기요금 인상, 고정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입니다.
다만 지난해 말 환경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수금의 대손 처리 이슈가 정리되면서 전분기(-127억1200만원)대비 영업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습니다. 한솔제지 측은 "올해 1분기는 산업용지 수요 회복, 미국 라벨용 감열지 판매 증가, 수출 환율 상승 등이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한솔제지 공장 내부. (사진=한솔제지)
수출 5% 감소…미국 관세 장벽에 '경쟁력 실종'
제지업계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는 경기침체와 미국의 강화된 관세정책입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1분기 전체 종이류 수출액은 6억6200만달러(약 9285억원)로 전년 대비 4.9% 줄었습니다.
업계는 미국의 강화된 관세정책이 한국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수출 품목인 아트지(고급 인쇄용지)는 캐나다와의 경쟁이 치열한데, 미국은 캐나다산 종이에 대해 상호관세를 면제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산 종이는 기본 10%의 관세가 부과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종이는 고부가가치 품목이 아니라 가격 경쟁이 매우 치열한 제품"이라며 "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제지 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관세 관련해 정해진 내용이 없고, 매우 유동적인 상황으로 함부로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미국이 상호관세 관련해서 최초 발표한 것은 4월 초이며, 이후 각 나라별로 개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시장도 '중국산' 저가 공세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저가 종이 제품이 국내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생산 과잉 해소를 위해 가격을 낮춰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데, 한국이 그 주요 대상지 중 하나입니다. 내수시장에서조차 외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 밀리면, 한국 제지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다만 제지사들은 '출구 전략'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수출 판로 다각화,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가격 조정 등을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한솔제지는 유럽, 동남아 등 비미국 시장 비중 확대와 함께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업체는 전자상거래 확대에 대응해 포장지나 산업용지 분야로 중심을 옮기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정책 변화는 워낙 유동성이 커 장기전이 될 수 있다"며 "단기 대응을 넘어서 제품 구조 혁신과 시장 다변화를 병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솔제지 공장 내부. (사진=한솔제지)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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