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87년 체제' 이후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집권 후 '카르텔 해체'를 예고했습니다. 핵심은 미완의 과제인 '검찰 개혁'과 '모피아'로 불리는 경제 관료의 카르텔 해체입니다. 이 후보는 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 직후에도 '기획재정부 개편'을 핵심 과제로 꼽았습니다. 이에 따라 당내 경선 누적 득표율 89.77%라는 민주화 이후 유례없는 지지율을 등에 업고 기득권 개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용·성장을 앞세운 우클릭 행보와는 별개로, 내란 종식의 요체인 '기득권 개혁'만큼은 실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됩니다.
수락 연설 직후 '기재부 개혁'…모피아 정조준
본선에 진출한 이 후보의 첫 일성은 '통합'과 '실용'이었습니다. 그는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첫 일정입니다. 8년 전인 19대 대선 출마 당시 독재자인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참배할 수 없다고 밝혔던 것과 대비됩니다. 중도 확장을 위한 '우클릭' 행보의 하나로 풀이됩니다.
우클릭과는 별개로 이 후보의 검찰과 경제 고위 관료 카르텔 해체 의지는 강합니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대선 후보 선출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기재부가 경제 기획을 하면서 한편으로 재정을 컨트롤 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상당하다. 저도 일부 공감한다"면서 "세부적인 안은 나중에 발표하겠지만 (기재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어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재부는 '부처 위의 부처'로 불립니다. 예산 편성권을 무기로 대통령과 국회의 통제를 수시로 벗어났습니다. 모피아(옛 재정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라는 멸칭까지 나왔습니다. 이들은 퇴직 후 대형 로펌, 대기업, 금융사 등 고위직으로 이직한 뒤 인맥을 통해 정부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기재부를 쪼개 힘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눈다는 구상입니다.
기획예산처는 기재부에서 예산 편성 등의 기능을 따로 떼어낸 기구입니다.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둬 경제 관료가 카르텔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 국고 수지 총괄, 국제금융, 금융 정책 등 업무는 재정경제부에서 수행합니다.
예산 기능을 대통령이 관리해야 책임 있는 재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에서 "대통령은 예산 기능을 관리하고 국회가 견제하면 된다"며 "국회는 더 책임감을 갖고 예산·결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대통령은 예산 관리에 대한 책임감으로 중요한 의원들을 불러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누적 득표율 89.77%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다. 민주화 이후 최대 득표율이다.(사진=뉴시스)
미완의 완성 검찰개혁…'기소권·수사권' 분리
검찰의 공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한 검찰 개혁도 주장합니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이 후보, 지난 25일 <TV조선> 주관으로 열린 마지막 민주당 대선 후보자 초청 TV토론회에서 "저도 법률가로 수십 년을 살았는데 이런 검찰을 본 일이 없다"며 "기소하기 위해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한다. 증거를 조작한다. 사건을 새로 만든다"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를 기소하기 위해 할 수 없게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는 시스템을 끝내야 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공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쥐고 있습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해 범죄 혐의를 확정 짓고 이를 바탕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요. 꾸준히 검찰 권력의 비대화·수사 과정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재명식 검찰개혁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입니다.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고 공소는 공소청이 전담합니다. 지난 2022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한 데 이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대폭 확대합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독립적으로 담당하며 중수청과 함께 수사 기능을 분담하게 합니다. 수사기관이 서로 견제하도록 만들어 권력 남용을 막는다는 구상입니다.
이 후보의 개혁 기반은 '국민 여론'입니다. 이 후보는 누적 득표율 89.77%로 지난 27일 민주당 대선 후보에 올랐는데요. 지난 15대 대선 경선 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얻은 78.04%를 뛰어넘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민주화 이후로 가장 압도적인 민심을 등에 업은 만큼 '카르텔 혁파'라는 과제를 수행하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진단도 나옵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 후보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는 수락 연설을 통해 "89.77%라는 역사에 없는 압도적 지지로 저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해 주신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안전, 회복과 성장, 통합과 행복을 실현하라는 간절한 소망일 것"이라며 "새출발의 역사, 개벽 같은 변화의 주인공으로 함께 하자"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