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NASA의 우주 탐사 기술, 의료기기에도 쓰인다
NASA 과학자들, 몸이 보내는 진동으로 건강 상태 모니터링 기술 개발
2025-04-17 09:33:14 2025-04-17 15:11:59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여 상용화한 비접촉 생체모니터링 시스템 Cardi/o와 휴대전화 앱. (사진=Cardi/o)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심장 박동이나 호흡의 이상, 정신적 스트레스는 우리가 인식하기 어려운 형태의 진동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진동을 감지하기 위해 전극이나 패치 같은 몸에 부착하는 거추장스러운 장치를 사용했습니다. 시계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편리하지만, 피부에 마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NASA의 과학자들이 안전하고 정확하게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소형, 저비용, 비접촉식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인체는 호흡과 혈액 순환으로 진동을 생성합니다. 호흡할 때 횡격막은 약 2.5cm 움직이지만, 심장 박동은 이보다 훨씬 작은 약 0.0085mm의 미세한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이런 진동을 비침습, 비접촉으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NASA는 오래전부터 우주선에서 활동하는 우주비행사들의 건강 상태를 레이더 기술을 응용해 모니터링하는 방법을 모색해왔습니다. 비행기나 선박을 탐지하는 데 사용하는 레이더는 일정한 방향으로 전파를 보내 물체에 반사된 후 다시 돌아오는 전파를 수신 분석하여 방향과 속도 같은 정보를 얻습니다. 하지만 레이더로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생활공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진동 중에서 심장과 폐의 움직임 같은 극도로 미세한 신호를 레이더로 잡아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세한 진동을 접촉 없이 감지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풀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진동하는 인체
 
NASA는 최적의 무선 주파수를 찾아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전파를 발사하는 시험 기기를 설계했습니다. 이 장치는 환자로부터 몇 피트 떨어진 탁자 위에 배치되어 WiFi 망을 통해 간호사들 있는 곳으로 생체 신호를 전송하도록 설계되었고 연속적인 모니터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훈련된 알고리즘은 이 기기가 보내온 신호를 구분하여 심장 및 호흡 활동을 식별하고, 주변 사람이나 의료 장비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도 걸러냈습니다. 심장 박동 패턴은 지문만큼이나 사람마다 다르지만, 특정한 진동 범위 내에 있습니다. 호흡할 때 발생하는 진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가 정상 범위를 설정하면 여기에서 벗어나는 관련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여러 가지 생체 신호를 추적해 경향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울혈성 심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호흡이 갑자기 어려워진다면, 이는 건강 문제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의료진은 보다 일관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를 탐사하기 위한 우주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의 RF 패널. (사진=NASA)
 
패서디나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스티브 모나코스(Steve Monacos)는 “이 기술을 매우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그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지만, 우리는 실제 적용 가능한 단계까지 발전시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반사 신호를 정확히 구분하는’, 가장 큰 난제를 극복한 것은 상용화에 있어서 “‘무지개 끝의 황금 항아리’를 찾은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NASA가 개발한 레이더 기술을 활용하여 인체가 자연스럽게 방출하는 생체 신호를 비접촉으로 감지하고 이를 측정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하는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헬스케어 기술회사 어드밴스드 텔레센서(Advanced Telesensors) 대표인 사졸 고샬(Sajol Ghoshal)입니다.
 
이 회사는 제트추진연구소에서 개발한 하드웨어 설계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받아 더 작고 저렴한 하드웨어를 만들려고 시도했습니다. 결국 자동차에 사용되는 사각지대 감지 레이더와 데이터 저장 및 코드 실행을 위한 단일 컴퓨터 칩을 이용하여 장치의 크기를 줄이고 전력 소비도 줄인 Cardi/o라는 상용화 모델을 만들어냈고 NASA에 의뢰해 성능 분석을 한 결과 NASA의 프로토타입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
 
Cardi/o는 가로세로 7.5센티미터의 작은 크기로, 천장이나 벽에 쉽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와 달리 충전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지 않고, 최대 3미터 거리에서도 생체 신호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거리는 1.5-2미터입니다. 여러 개의 장치를 집안 곳곳에 설치해도 서로 간섭하지 않으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설정을 조정하고 모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NASA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심장 박동과 호흡을 감지할 수 있으며, 여기에 스트레스와 수면무호흡증을 감지할 수 있는 심박 변동성 측정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아울러 심장 부정맥 및 기타 심장 질환을 식별하는 기능도 개발 중입니다. Cardi/o는 전자레인지나 휴대전화 같은 주변 기기에서 발생하는 전파 간섭을 차단하는 필터를 장착했고 모니터 자체도 무선 주파수 방출 기준을 훨씬 밑돌아 WiFi 라우터의 10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 기기를 맨 처음 사용한 곳은 말을 치료하는 클리닉이었습니다. 마구간에 Cardi/o가 설치되어 수의사들은 말과 접촉하지 않고 필요한 생체 신호를 수집할 수 있었으며, 동물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우주 개발 파생 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NASA 과학자들
 
비접촉 모니터링 기술은 환자를 관리하는 데 많은 이점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심박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맞춤형 경고가 앱을 통해 알림을 보냅니다. 또한, 최대 6개월간의 데이터가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안전한 클라우드에 저장되므로 의료진이 손쉽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의료진과 환자의 접촉을 줄여 의도치 않게 세균을 옮겨 감염시키는 위험도 낮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접촉 모니터링은 특히 전염병과 같은 고위험 질환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COVID-19 팬데믹 당시 의료진이 대면 모니터링을 수행하면서 감염 위험에 노출되었던 사례처럼, 의료진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고샬은 NASA 엔지니어들 덕분에 비접촉 모니터링 기술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NASA에는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깊이 있는 지식과 뛰어난 기술력 덕분에 최첨단 기술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키고 있는지 깨닫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가정에서 Cardi/o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Cardi/o)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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