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참관)방첩사 과장 "14명 체포 지시받아…여인형, '명단 폐기' 지시"
조지호 등 형사재판에 '방첩사 과장' 증인 출석
여인형이 하달한 체포 명단 '복기 메모' 공개해
"경찰에 체포 명단 알렸다" 주장…구체적 정황도
2025-04-17 14:26:43 2025-04-17 15:45:17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12·3 계엄에 관련된 경찰 수뇌부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구민회 국군 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중령)은 계엄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주요 인사 14명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주장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던 윤석열씨 진술과 상반됩니다. 
 
구 과장은 또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체포자 명단에 대해서 말했으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체포자 명단 등을 폐기하고 증거 조작을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6일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내란중요임무종사자 등 혐의에 곤한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구 과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지난해 12월3일 밤 11시4분 수사단장실에서 구 과장과 이재학 안보수사실장에게 두 가지를 지시했습니다. 첫째는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인사 14명을 체포할 것, 둘째는 이를 위해  경찰·국방부 조사본부와 팀을 구성해 국회로 출동하라는 겁니다. 
 
이날 법정에선 체포 대상자 14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가 공개됐습니다. 12월3일 김 단장으로부터 처음 지시를 들을 때 작성했던 메모 원본은 아닙니다. 구 단장은 “12월4일 저녁 7시경 김 단장이 '어제 불러준 명단 있냐'고 물어봤다. 명단 없는 상태라고 했더니 기억을 더듬어보라고 하더라”라며 “수사관들과 둘러앉아서 들은 사람들을 복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를 나와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로 돌아가는 윤석열씨. (사진=뉴시스)
 
윤씨 진술과 반대되는 증거가 나온 겁니다. 윤씨는 지난 14일 내란 수괴 혐의 첫 공판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주요 인사 체포 진술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씨는 홍 전 차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지만, 구 과장을 비롯해 수많은 방첩사 수사관들도 주요 인사 체포 지시를 들은 걸로 드러난 겁니다. 
 
구 과장은 김 단장이 '체포자 명단 복기'를 시킨 이유는 그 일을 여 전 사령관이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이 지시한 이유에 대해선 “오전부터 체포조 관련 보도가 나왔다. 명단이 3명, 5명, 10명 늘어나는 상황에서 여 전 사령관이 궁금함 때문에 물어본 게 아닌가 추정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이 체포자 명단을 파기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구 과장은 “여 전 사령관이 (복기된 체포자 명단을) 보고받았는데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 관련 내용은 파기해라’고 지시했다고 (김 단장이) 제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또 여 전 사령관이 ‘똑똑한 애들 골라 (유리한 내용을) 메모해서 수사기관에 제출하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구 과장은 여 전 사령관 지시가 위법하다고 판단, 메모 등을 파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그대로 제출했습니다. 
 
“국수본 관계자에 이재명·한동훈 체포 말해”
 
구 과장은 계엄 당시 선포된 포고령 1호를 본 뒤 체포 지시에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구 과장은 “(처음엔) 어떤 중대 사건에 연루된 인원들이라서 계엄이 선포됐다고 판단했는데 포고령을 보니까 아니구나 생각했다”며 “범죄 혐의가 아니고 정치적 목적으로 체포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구 과장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임박하자 이재명 대표,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의장을 우선 체포 대상자로 삼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구 과장은 상부 지시로 국회에 출동해 경찰 50명과 만나기로 했으나, 인파가 많아 차량에서 대기했고 이후 비상계엄이 해제돼 복귀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국회에 들어간 계엄군. (사진=뉴시스)
 
구 과장은 주요 인사 체포와 관련해 방첩사와 경찰, 국방부와의 연락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민간인 수사권 문제로 방첩사는 경찰과 협력해야 주요 인사들을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구 과장은 경찰에는 호송 차량을, 국방부에는 구금 시설을 문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구 과장은 이현일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에게 체포자 명단을 말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구 과장은 “처음에는 (체포자 명단을 말한) 대화 대상자를 인지 못 했다”면서도 “(체포조와 관련해 협력한 이 계장과 김성곤 국방부 조사본부 기획처장 중) 김 처장은 군 선배라서 말을 함부로 못 한다. 당시 매우 짜증 나는 상태로 (체포 대상자가) 이재명, 한동훈이라고 쏘아붙일 수 없다. 시간대와 감정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이 계장 말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계장이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에게 주요 인사 체포 협조를 보고하고, 윤 조정관이 조 청장에게 보고받은 뒤 방첩사에 체포조 명단을 보내주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국수본은 체포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는지 몰랐다는 겁니다. 이 계장도 구 과장으로부터 체포자 명단을 들은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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