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느긋' 트럼프 '조급'…미·중 장기전 돌입
트럼프 "공은 중국에"…'묵묵부답' 중국에 거듭 협상 촉구
하나씩 공격카드 꺼내는 시진핑…장기전 대비 내부 결속도
2025-04-16 17:01:35 2025-04-16 17:37:2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관세 난타전이 거듭될수록 미국엔 '조급함'이, 중국엔 '느긋함'이 엿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협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묵묵부답을 고수하며 거침없는 미국의 폭격에 강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양국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이미 중국은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 결속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마저 나옵니다.
 
애타는 트럼프 "중국은 우리와 협상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면서 "중국은 우리와 협상해야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 측에 고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이 먼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큰 것을 제외하고 중국과 다른 나라 간 차이는 없다"며 "중국은 다른 나라처럼 우리가 가진 것, 미국 소비자를 원하며 다른 식으로 말하면 그들은 우리 돈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함은 미·중 관세 전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미 농민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엿보입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리 농민들은 위대하지만, 그 위대함 때문에 무역 협상이나 이번과 같은 무역 전쟁이 발생할 때마다 중국과 같은 적들을 상대할 최전선에 놓이게 된다"며 "내 첫 임기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중국은 우리 농민들에게 잔혹하게 굴었고 난 애국자들에게 버티라고 했다"며 "그리고 훌륭한 무역협정이 체결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꿈쩍 않는 중국을 향해 갈수록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도 미국의 초조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의 국가안보 영향 조사에 착수하고,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최신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등 대응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위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해군 미드십맨 축구팀 총사령관 트로피 수여식에서 브라이언 뉴베리 감독에게 손짓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유로운 시진핑 이번엔 "미국 보잉기 인수 말라" 
 
반면 중국은 예상외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기다렸다는 듯 공격 카드를 하나씩 꺼내들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4일 대미 희토류 수출 중단에 이어 이미 주문한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인수도 중단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일환으로 자국 항공사에 보잉 여객기를 더는 인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미국 회사로부터 항공기 관련 장비나 부품 구매도 중단할 것을 명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도 전했습니다.
 
중국은 이번 관세 전쟁을 미국 자국 우선주의에 반발하는 국가들과 전략적 연대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는 여유로움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그간 경제·안보 등 주요 이슈를 놓고 충돌해 온 유럽연합(EU)과 오는 7월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게 대표적입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9일 중국주변공작회의에서 "주변국과 운명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만 봐도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태도가 엿보입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미·중 태도에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봅니다. 이미 중국은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 벌써부터 내부 결속 수순에 들어간 모습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습니다. 실제 중국은 정부 발표, 언론,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은 미국을 끝까지 상대할 것"이라며 "충분한 방어 수단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방위로 발신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에 맞서 모든 조치를 취하며 미국보다 고통을 더 오래 견딜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통상 참모를 지내고 현재 미국 워싱턴 전략자문업체인 맥라티어소시에이츠의 케이트 칼루트케비치 통상 총괄 전무이사도 "1차 무역 전쟁 이후 미·중 양국 모두 공급망을 다각화해 장기전이 가능해진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1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립궁전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의장대를 지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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