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미중 관세전쟁의 여파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에 나서면서 K-방산의 공급망에도 불똥이 튀는 상황입니다. 미국 방산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한국도 중국의 희토류 수입 비중이 높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밀 유도무기·레이더 등 첨단 무기체계에는 희토류가 다량으로 쓰입니다. 희토류 중 하나인 이트륨의 경우 고온 제트 엔진 코팅에 쓰여 항공기 엔진이 녹는 것을 방지합니다. 자성이 강력하고 고온에 안정적인 사마륨도 항공우주와 방산 분야에 주로 활용되는 희토류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맞불 조치로 희토류 수출 제한에 나섰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현지시각)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7개 품목을 이중용도 품목에 등재한 바 있습니다. 이중용도 품목은 중국 상무부의 허가가 없이는 수출이 불가능합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뿐 아니라 모든 국가를 상대로 적용됐습니다.
중국은 희토류 시장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39만톤인데, 이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69%(27만톤)에 달합니다. 매장량 역시 중국이 전 세계 9000만톤의 49%로 압도적입니다.
중국의 수출통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방산업체들의 무기 생산도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소재”라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업계는 비축 물량을 갖고 있어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자재를 주문하고 받기까지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적정 재고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일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희토류 수출통제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산업부는 희토류 비축량 목표를 기존 6개월에서 18개월로 늘리고, 호주 등 희토류 보유국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희토류 사용 저감·대체·재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R&D) 지원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소재, 부품, 원료에 있어서 중국의 의존도가 지나친 상황”이라며 “핵심 원료는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비축량을 늘리고 해외 공급망을 다각화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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