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로 중국 뚫은 삼성, 이재용 대중 공략 통했다
삼성전기, BYD 대규모 부품 공급
"이재용 광폭 행보에 세일즈 성과"
MLCC 집중 노력…수요 전망 밝아
삼성, B2C→B2B로 대중 전략 전환
2025-04-16 14:43:54 2025-04-16 14:43:54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비야디)를 포함한 중국 전장업체들에 수천억원 규모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에 나서면서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중국 시장 공략 성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전기는 주력 제품인 MLCC의 사업 영역을 스마트폰을 넘어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으로 확장하고 있는데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한 셈입니다.
 
중국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BYD로부터 MLCC 공급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아 본격 납품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전기차 약 550만대를 생산할 예정인 BYD는 차량당 1만2000~1만8000개의 MLCC를 필요로 합니다. 삼성전기는 적게는 수십억 개에서 많게는 수백억 개의 MLCC를 공급하게 된 셈입니다.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해 회로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핵심 부품인 MLCC는, 스마트폰, 전기차, 가전제품 등 모든 전자기기에 사용돼 전자산업의 쌀로 불립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1주일간의 방중 일정 가운데 샤오미 전기차 공장과 BYD 본사를 찾는 등 전장 사업 확대 행보에 나선 바 있습니다. BYD 방문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내용과 동선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왕찬푸 BYD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전장 관련 협력 논의를 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번 삼성전기의 MLCC의 대규모 공급 소식도 이러한 협력 논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제조사들의 필수적인 부품 공급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다이 회장이 실제로 광폭 행보를 통해 중국 쪽에 방점을 두고 이러한 세일즈의 성과를 도출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습니다.
 
MLCC는 삼성전기의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효자 품목입니다. 특히 전장용 MLCC는 기술 난이도가 높지만 제품에 탑재되는 양도 많고 수익성이 높아 회사가 집중하는 분야입니다. 실제 자동차에는 동력 전달, 안전, 주행, 인포테인먼트 등 최소 3000~1만개의 MLCC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MLCC가 필요해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장덕현 산성전기 사장도 전장용 MLCC 수요 확대에 따른 사업 집중 전략을 세워 왔습니다. 장 사장은 올해 주총에서 “2025년에 미래 성장사업인 전장 및 AI·서버 제품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YD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 회사로 정부의 허가 아래 도전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삼성이 전장 사업에서의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BYD에 핵심 부품을 지속적으로 납품하게 됐다는 것은, 향후 독자적 자동차 개발 등 기초적인 기술 습득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LCC는 스마트폰, 전기차, 가전제품 등 모든 전자기기에 사용돼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삼성전기의 MLCC를 형상화한 그림(사진=삼성전기)
 
이번 삼성전기의 MLCC의 대규모 공급은 그간 중국 시장 스마트폰, 가전 등 고객 대상 제품 판매에 집중하던 삼성그룹이 공급망 형태의 B2B(기업 간 거래)향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끕니다. 황 교수는 삼성이 특화돼 있는 반도체의 경우도 또 다른 의미에서의 B2B인데, 이를 전장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향후 디스플레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영역으로 계속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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