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재건을 거듭 천명하면서 한국 조선업계 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조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을 미국이 본격적으로 견제하게 되면, 한국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는 조선업을 재건할 것"이라면서 "의회에 선박 구매자금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지만,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조선업을 재건하는 동안 한국과 같은 우호국에 선박 생산을 맡길 수 있고 이를 위해 의회에 구매 자금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9일 자국 ‘조선업 부활’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해양, 물류, 조선 부문에 대한 불공정 표적화 조사에 대한 조치를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는 중국 선사 또는 중국산 선박을 사용하는 선사에 수수료를 부과하기 위한 사전 절차로 보입니다. 지난 2월 USTR은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이나 중국 국적 해운사에 최대 150만달러(약 21억8700만원) 수수료를 걷어야 한다고 백악관에 제안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자국 조선업의 재건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이를 일단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이 언급한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가 한국을 지칭한 것이라는 분석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선,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 1위, 수주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 한미 간 협력 분야로 조선업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HD현대 관계자는 “현재 미국 조선업은 붕괴된 상황”이라며 “미국이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우방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했습니다.
수주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입항 수수료가 현실화되면, 글로벌 해운사들은 중국 대신 한국 조선소로 눈을 돌릴 거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지난 2월 USTR이 입항 수수료를 추진하자, 그리스 선사 캐피탈마리타임은 중국의 주력 상품인 컨테이너선 계약을 HD현대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통상 선박이 인도되기까지 2~3년가량 걸리는데, 그때까지 입항 수수료 지속 여부를 알 수 없음에도 중국산 선박에 대한 리스크를 우려해 한국산 선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내 중소 조선사도 덩달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컨테이너선 등 비교적 단가가 낮은 선박은 국내 중형 조선소의 수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에는 중국의 낮은 건조 비용으로 인해 발주가 집중됐지만, 입항 수수료로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 국내 중형 조선소에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전에는 저가 수주 경쟁으로 국내 중형 조선소들이 중국을 상대하기 어려웠다"며 "입항 수수료 등 중국 견제가 강화되면 국내 중형 조선소들도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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