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건설 경기를 따라가는 후방 산업인 건자재, 도료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신규 착공 물량 감소와 분양 시장 위축의 직격탄이 떨어진 것인데요. 당분간 이런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올해 1분기가 마무리되고 잠정 실적을 집계하고 있는 건자재, 도료업계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빠진 기업들이 다수입니다. 증권가에서도 주요 건자재 기업의 1분기 매출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 건자재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 매출이 크게 빠지며 올해부터 위기감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작년까지는 남아있던 계약 건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이제는 아예 없다. 전체적인 파이가 줄어들어 영업이익도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건자재업체들 사정도 비슷합니다. 그나마 실리콘, 자동차 소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기업은 다른 사업군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보고 있지만 오직 건자재만 다루는 기업은 달리 방도가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21일 전남 장성 진원면의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업계는 지난해까지는 그 이전에 따냈던 수주에 맞춰 제품을 납품해 왔습니다. 올해부터는 사정이 다릅니다. 지난 2022년부터 고금리 기조 등의 영향으로 민간 주택 수요가 급감했고 2023년부터는 신규 착공이 급감했는데, 그 영향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연간 살림살이에도 한동안 경고등이 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통상 건자재나 도료 산업은 착공 이후 본격적인 수요가 발생합니다. 기초공사가 마무리되고 본체 시공이 진행되면서부터 자재 주문이 이뤄지는 까닭인데요. 신규 착공이 중단되면 시차를 두고 후방 산업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 이후에도 뚜렷한 반등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정책 등을 내놓더라도 실제 착공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건자재, 도료업계로선 그 사이 공백 기간을 버텨내기가 막막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관련 업계의 영업이익률마저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도료와 건자재산업은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환율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직접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한 도료업계 관계자는 "연일 미국에서 관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환율이 안정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1300원대에만 진입해도 숨통이 트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수입 원가 부담이 누적되면서 사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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