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이 '지명'한 이완규…과거엔 '대행 인사권' 지적
2017년 '윤석열 중앙지검장' 되자 검찰내부망에 글 올려
법무장관·검찰총장 '대행'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서 비판
2025-04-10 16:50:33 2025-04-10 16:54:11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하면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가 논란이 됐습니다.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직무범위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해야 할 헌법재판관 지명·임명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정치권에서도 한 권한대행의 이번 인사를 놓고 공방이 거셉니다.
 
그런데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이 과거 '대행은 인사를 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던 것으로 10일 확인됐습니다. 한 권한대행의 인사 논란에 관해 이 처장 스스로 '문제가 있다'라고 말끔히 정리를 해준 셈입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 이완규, 법무장관·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인사' 문제 삼아
 
이완규 처장의 '정리'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완규 처장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검찰 내 최고의 법 이론가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후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는 등 인사가 진행되자 이 처장은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검찰) 인사와 관련한 궁금한 점'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처장은 글에서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검사의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장관은 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에서 제청은 누가 했는지, 장관이 공석이니 대행인 차관께서 하셨는지, 언제 하셨는지, 또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는데 검찰총장이 공석이니 그러면 대행인 대검 차장의 의견을 물었고, 대검 차장께서 의견을 내셨는지, 어떻게 절차가 진행되었는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처장이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올린 이후 검찰 내부망에는 "법무부든 대검이든 이 인사 절차에 대해 담당한 부서는 일선에 설명을 바란다"는 취지의 글들이 뒤따랐습니다. 
 
문재인, 법무장관·검찰총장 공백 상태에서 윤석열 중앙지검장 발탁 
 
당시는 문재인정부 집권 초기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파면된 뒤 조기 대선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을 통해 취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특수통이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적으로 발탁·기용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돼 물러나면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 김수남 검찰총장이 모두 사퇴한 겁니다. 문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 뒤 윤 검사를 중앙지검장에 임명할 땐 이창재 차관이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김주현 대검 차장(후일 윤석열정부에서 민정수석이 됨)이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 처장이 이프로스에 올린 글은 누가 보더라도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과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인사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다분했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 이프로스는 물론이고 검찰 내부에선 '대행에겐 인사권한이 없다'고 비판하는 검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날 한 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위헌·위법이라는 의견이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법제처가 2010년 발간한 헌법주석서에선 '헌법 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조항을 설명하면서 “직무대행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대통령 권한의 전반에 미칠 것이나, 그 임시적 성질로 보아 '현상유지적'인 것에 국한된다고 하겠다”고 명시됐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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