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미국채 두고 벌이는 백척간두 G2 혈전
주가 폭락 외면하던 트럼프, 미국채 뛰자 관세 유예
중국, 미국채 7600억달러 보유…폭탄 매도시 미국 ‘흔들’
“미국이 이길 수 없는 게임”…중, 각종 지원책 준비
2025-04-10 16:25:54 2025-04-10 16:44:38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관세 폭풍이 잠시 멈춘 덕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환호했으나 미국과 중국의 싸움은 진행형입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정부가 미 국채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중국의 공격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중국을 제외한 모두가 고요한 태풍의 눈으로 들어왔지만 언제 광풍이 다시 휘몰아칠지 몰라 우려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9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교역국들에 대한 인상된 관세율 부과를 90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유예기간 중엔 10% 관세율이 적용됩니다. 
 
이로써 25%의 관세율이 적용된 우리나라를 비롯해 고율 관세로 충격받았던 국가들은 일단 한숨 돌릴 전망입니다. 기존 10% 세율도 높은 수준이지만, 24~49%에 비하면 한결 낫다는 착시효과를 실감하게 된 것입니다.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과 포고문에 서명한 모습.(사진=연합뉴스/로이터)
 
‘4.33%→5.02%’ 미국채 발작에 ‘일단멈춤’
 
각국은 이제부터 유예된 90일 안에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미국과의 협상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에선 그사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물론 유력 후보 진영에서도 준비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중국만은 이런 극적 변화에서 예외입니다. 미국이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응해 기존 104%의 관세율을 125%로 추가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양국의 관세전쟁은 더욱 첨예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게 됐는데요.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가 중국을 굴복시키긴 어려울 거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 배경엔 미 국채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유예조치를 발표하면서 “사람들이 불안해 하던데”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해도 SNS에 골프 치는 사진을 올리던 그의 태도가 변한 것은, 9일 관세 발효를 앞두고 이번주 미 국채금리가 사흘 연속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채 10년물은 이번주 3.88%로 거래를 시작했으나 당일 4.20%로 급등 마감했고, 8일에도 4.28%로 올랐습니다. 관세 발효일인 9일엔 장중 4.51%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주 3.86%까지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던 시장의 대표 금리가 급반등한 것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30년물은 이보다 더 극적이었습니다. 7일 시초가 4.33%에서 출발해 9일 장중에 5%를 돌파했을 정도니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급등세가 198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는 그 나라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조달하는 부채입니다. 미국의 경우 오랜 기간 대규모 적자에도 매년 대량의 미 국채를 발행해, 이를 중국 등 전 세계 국가들이 매입해 미국에 돈을 대주는 방식으로 경제를 유지했습니다. 미국은 돈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국채를 찍기만 하면 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달러 발권력, 즉 기축통화를 가진 힘입니다. 
 
미 국채금리가 급등한다는 것은 이 신뢰가 하락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이날 미 재무부가 진행한 580억달러 규모의 3년물 국채 경매에서 응찰률이 뚝 떨어진 것은 이같은 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진화에 나선 결과 가까스로 치솟던 금리가 진정됐습니다. 9일 미 국채 30년물의 최고점은 5.023%였으나 마감가는 4.732%로 뚝 떨어졌습니다. 
 
미-중 치킨게임 양상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 국채금리가 며칠 새 이렇게 급등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밀어붙이기로 인해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는 인식이 커진 것과, 안전자산으로서의 존재감에 흠집이 생겼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고율 관세 정책을 예고했을 당시 물가 상승 우려를 강조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조차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 확산될 정도입니다. 
 
문제는 미국이 타깃으로 삼은 중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중국은 한때 1조3000억달러 이상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규모가 7608억달러 수준으로 많이 감소해 최대 보유국 자리는 일본에게 내줬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천문학적인 규모라는 사실엔 변함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갈등 과정에서 보유 중이던 미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했고 이로 인해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라 언제든 미 국채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금리가 뛴 시간이 미국의 밤시간대, 아시아에선 금융시장이 열린 낮시간이었다는 점도 중국발 미 국채 매도를 의심하게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대결은 누가 먼저 꼬리를 내리느냐는 치킨게임으로 변질된 모습입니다. 다만 양국이 지금의 세율을 유지할 경우 각자가 떠안을 유불리는 성격이 다릅니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을 대량 수입하던 미국은 물가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서 에너지와 농산물을 주로 수입했기 때문에 수입처를 다변화해 충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의 수출이 급감해 성장이 더욱 둔화될 것이란 각오는 해야 합니다. 중국이 이에 대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중 중국이 내수 촉진과 자본시장 지원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트럼프가 중국을 겨눈 칼로 미국을 치는 것”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물론 강 대 강으로 치달을 경우엔 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피해를 보게 됩니다. 트럼프의 125% 관세 엄포에도 중국은 10일 예고한 대미국 관세율 84%를 발효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미 국채금리에 실시간으로 반영될 전망입니다. 당분간 주가보다 미 국채금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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