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3일,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집니다. 지난해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르고 약 1년여 만에 조기 대선을 경험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조기 대선을 약 두 달여 정도 앞두고, 불현듯 나라 곳간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올 봄, 나라 곳간을 허무는 포퓰리즘의 계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뒤따랐습니다.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다시 1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그해 나라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작년 104조8000억을 기록했는데, 2023년 -87조원을 넘어 팬데믹 당시인 2022년 -117조원 수준으로 커진 것입니다. 재정 여력이 사실상 바닥난 셈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비 비율은 -4.1%로, 정부가 재정준칙으로 제시한 '-3% 이내' 기준도 못 지켰습니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재정 적자가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해지지 않도록 매년 GDP의 3% 내로 이 비율을 제한하는 재정준칙 달성을 공언했지만, 임기 3년 내내 한 번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재정 적자 누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도 1175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미래 세대에 부채 상환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을 비판하며 윤석열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했지만, 이 역시도 공염불로 끝났습니다.
정부는 법인세 급감에 따른 세수 펑크 영향과 함께 복지 지출이 늘면서 재정 수지가 악화했다고 설명합니다. 나라 살림이 적자 수렁에 빠진 원인에는 씀씀이도 있는데, 이 씀씀이를 줄이지 않으면 나라 곳간은 계속 비어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불현듯 두 달 후 치러질 조기 대선이 떠오릅니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포퓰리즘 공약들이 쏟아질 텐데, 과연 씀씀이를 줄일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와 함께 말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선거를 거치면서 각종 포퓰리즘 공약들을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비어가는 나라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표심을 노린 선심성 돈 뿌리기 공약들을 말입니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도 흔한 광경이 될 것입니다. 물론 세입 기반을 약하게 만드는 감세 포퓰리즘 공약들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올해 재정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 올린 글로벌 관세전쟁의 파고로 전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국 역시 올해 3년 연속 세수 결손 우려가 커졌습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세입 기반은 점점 약해지는데, 고령화 등으로 의무 지출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돈 들어올 데는 없는데, 나갈 곳만 많으니 재정수지 개선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공약 남발이 이뤄진다면 나라 곳간은 어떻게 될까요. 재정건전성이 더욱 위태로워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건전재정은 미래 세대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자, 현 세대가 꼭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조기 대선을 의식한 퍼주기 공약은 지양해야 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절제가 필요한 때입니다. 나라 곳간이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박진아 정책팀장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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