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탄핵 반대' 허영 교수…"권한대행, 대통령 직무 범위와 같지 않아"
허영 교수, 헌법학계 원로…2월에 <한국헌법론> 재출간
보수 성향 인사로 분류…"윤석열 탄핵심판은 '사기 탄핵'"
저서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제한해야' 주장
칼럼에선 "최상목 '헌법재판관 임명'은 월권…허용 안돼"
헌법학계 "재판관 지명·임명, 차기 대통령 몫으로 남겨야"
2025-04-09 11:51:53 2025-04-09 14:20:49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새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지명해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자신의 저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가 대통령의 직무 범위와 같을 수 없다'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헌법학계 원로인 허 교수는 윤석열씨의 탄핵심판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사기 탄핵'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 허 교수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구분돼야 한다고 한 겁니다. 
 
9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허영 교수가 올해 2월 재출간한 『한국헌법론』에는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해야 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권한대행자의 직무 범위는 대통령의 직무 범위와 결코 같을 수가 없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해당 내용은 우리나라 통치 구조인 대통령제를 설명하면서, 대통령이 궐위 때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2월 출간된 책에는 1078쪽에 해당 내용이 등장합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허 교수는 헌법학계의 원로로 꼽힙니다. 헌재 산하의 연구·교육기관인 헌법재판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보수적 성향을 가진 걸로 분류되며, 윤씨 탄핵심판 과정에선 보수 언론을 통해 종종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7일 윤씨 변호인단이 낸 헌법학계 원로 입장문에도 이름을 올렸고, "탄핵소추안의 핵심인 내란죄 철회를 인정해 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됐고, 소추 사유 철회에 국회의 결의도 없었으므로 부적법하다"며 "(윤씨 탄핵은) 사기 탄핵이 될 수 있으며 각하할 수 있는 사유"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런 허 교수조차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는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건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앞서 지난 8일 한 권한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정식으로 임명하면서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를 새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습니다.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입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대통령이 지명해야 할 헌법재판관을 한 권한대행이 직접 지명하는 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2011년 6월 서울 중구 헌법재판연구원에서 열린 헌법재판연구원-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공동세미나에서 허영 헌법재판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파면된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은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게 헌법학계 중론입니다. 허 교수가 저서 『한국헌법론』에서 권한대행의 권한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허 교수는 지난 1월24일 문화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이 드러냈습니다. 당시 "헌재 '4대4 구도'와 몇 갈래 위험 요소"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이 2명의 재판관을 임명한 것부터 헌법상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월권적인 행위였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도 그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한 권한대행보다 민주적 정당성이 더 취약한 2순위 권한대행자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은 더더욱 허용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선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률가들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은 새로 선출될 대통령이 추천할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월권이고, 대통령직의 참칭"이라며 "대선이 두 달 안에 실시될 것이고, 헌법재판관 지명과 임명은 새로운 대통령이 할 몫이다. 한 권한대행의 행태는 정치적으로 도리에 맞지도 않고, 용납되지도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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