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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8일 17:1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SK증권(001510)이 이브이첨단소재의 유상증자를 단독 주관하며 또 한 번 고난도 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을 확대하고 유상증자 주관 역량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SK증권은 이번 거래에서도 실권주 인수 리스크를 감수하며 책임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브이첨단소재의 불확실한 사업 구조와 투자자들의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흥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ECM 부문 주관 실적을 확대하려는 SK증권의 전략적 선택인 동시에, 고위험 거래에 따른 부담 요인도 함께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차전지 기업 이브이첨단소재는 414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6월4일까지 공모가를 확정하고 구주주 배정 및 일반 청약을 마무리한 뒤 6월27일 신주 발행을 완료할 예정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재무구조 안정화와 생산시설 확충에 사용된다. 구체적으로 베트남 빈푹 공장 시설에 175억원, 자회사 SC엔지니어링 전환사채(CB) 인수에 100억원, 연성회로기판(FPCB) 사업부 운영자금에 나머지가 투입된다.
이브이첨단소재는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기술 경쟁력 강화와 비용 혁신을 통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고 슈퍼 사이클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규모 유상증자에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공시 직후 첫 거래일인 지난 7일 이브이첨단소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95% 하락한 131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후 8일에도 1332원으로 소폭 회복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반응은 이브이첨단소재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브이첨단소재는 지난해 11월 SC엔지니어링의 250억원 규모 제12회차 CB 인수에 나서며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차전지와 연관성이 낮고 자금 소요가 큰 바이오 사업이 위기 극복 방안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지배구조도 발목을 잡는다. 이브이첨단소재의 최대주주는 넥스턴바이오다. 모회사 넥스턴바이오는 온영두 에스엘홀딩스컴퍼니 대표가 정점으로 에스엘홀딩스컴퍼니→에스엘에너지→스튜디오산타클로스→넥스턴바이오 순으로 계열구조가 복잡하다. 온 대표는 앞서 무자본 M&A로 기업을 인수해 전환사채(CB)를 활용, 차익을 낸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그가 지배하는 상장사 6곳 중 2곳은 거래 정지상태다.
수익성만큼 위험요인도 커져
이번 유상증자에선
SK증권(001510)이 단독 대표주관을 맡았다. 앞서 SK증권은 이브이첨단소재 계열 미래산업의 유상증자 건도 주관했다. 당시 SK증권은 단순 투자중개업자 자격으로 주관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신주 발행부터 인수까지 담당한다.
(사진=SK증권)
지난 4일 금융위원회에 제출된 이브이첨단소재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SK증권은 신주로 발행되는 4150만주 전량을 인수키로 했다.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형식으로, SK증권은 모집총액의 2.7%를 인수 수수료로 취득하고 실권주 발생 시 잔액인수금액의 20%를 추가로 받는다. 통상적인 코스닥 기업 유상증자 인수수수료가 1%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딜의 수준이 가늠된다.
실제 이브이첨단소재와 같은 계열 미래산업의 유상증자도 시장에선 난색을 표하는 고난도 딜로 평가받았다. 당시 SK증권은 단순 중개업무만을 맡았고 결국 주관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실권주가 발생하면 주관 증권사가 전량 인수하는 조건이다. 수익성만큼 위험 리스크 요인도 커진 셈이다.
유상증자 주관은 언제나 실권주 인수 리스크를 동반한다. 대표적인 예가 KB증권이 진행한 엔지켐생명과학의 유상증자 주관이다.
KB증권은 지난 2022년 엔지켐생명과학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주관하면서 실권주를 모두 떠안았다. 당시 KB증권은 신주 530만주 중 71.89%인 380만9958주를 인수했다. 결국 이듬해 2월 인수 주식 전량을 블록딜로 매각하면서 200억원대 손실을 감수했다.
유상증자 성공 방정식, 이번에도 통할까
SK증권은 ECM, 특히 유상증자 주관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IB총괄도 신설하고 기업금융사업부 대표였던 유성훈 부사장에 IB총괄을 맡겨 기업금융1본부와 기업금융2본부를 이끌게 했다. 특히 ECM 업무를 맡는 기업금융2본부는 앞서 2부 체제에서 3부 체제로 조직도 키웠다.
이번 유상증자는 SK증권의 ECM 역량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IB토마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해까지 총 14건의 유상증자 주관을 맡아 2818억원의 주관실적을 기록했다. 순위로는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다소 위험한 딜을 맡아 성공해내며 얻은 성과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이브이첨단소재의 경우 주식 발행 이전 금융당국 차원에서의 제재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브이첨단소재 유상증자의 경우 주식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의 사용 계획이 다소 불확실하고 우려스러운 부문이 많다”라며 “특히 SC엔지니어링 CB 인수는 사업 연관성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 당국에서 용인해 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SK증권은 현재 이브이첨단소재의 최근 영업실적 개선이 이뤄졌고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를 통해 사업 확대가 가능한 만큼 유상증자 주관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SK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이브이첨단소재는 주력제품 시장확대에 힘입어 3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나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라며 “이번 자금 조달이 이뤄진다면 중장기적으로 매출 발생과 영업현금흐름 창출이 기대되는 만큼 유상증자 주관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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