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변죽에…전문가들 '실효성 의문'
냉·온탕 대처로 시장 혼란 가중…'풍선효과' 우려도 커져
2025-03-19 15:27:22 2025-03-19 17:12:26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를 번복하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 아파트로까지 지정 대상 지역을 전격적으로 확대했습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요.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장은 벌써부터 혼란에 빠진 모습입니다. 갭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또한 이번 결정으로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모두 중대한 부동산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번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강남3구와 용산구내 2200개 단지, 40만가구 전체를 토허제로 묶는 게 핵심입니다.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과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특정지역, 단지 거래만 제한했던 기존 토허제보다 규제 강도가 훨씬 세졌습니다. 정부는 오는 24일부터 9월말까지 6개월간 토허제를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필요시 지정 연장 적극 검토'를 통해 규제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것이 바람직하므로 지금처럼 단기에 번복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재지정에 따른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토허제를 지난 5년간 시행했지만 해당 지역에서 신고가가 많이 나오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닌 것이 증명됐음에도 이를 통해 가격 억제에 나선 것은 시장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 해당 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선 3월23일까지 거래계약서 작성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거래취소가 이뤄지거나 거래 시점을 앞당기는 등 시장 혼선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분산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는데요.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영등포(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면서 "다만 이들 지역도 집값 불안도에 따라 토허구역 또는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수 있어 풍선효과의 장기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준석 교수는 "주변 지역으로 풍선효과를 일으켜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오르는 주범이 될 수 있으며,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들불처럼 마포구, 성동구, 강동구, 광진구 등으로 수요가 번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같은 풍선효과를 대비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타 지역으로 확대하는 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 참석한 모습. (사진=홍연 기자)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장기 효과 제한적…실수요자만 피해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진정될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장기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것이 중론입니다. 윤지해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기존보다 토허제 지역이 확대되는 충격요법이 예상돼 단기간 과열되던 부분은 일부 완화되는 효과가 예상된다"면서도 "압구정, 여의도 등 기존 토허제 지역에서 보듯이 단기간의 상승폭 둔화 이후에는 토허제 지역의 까다로운 거주, 자금조달 계획서 허들을 넘을 수 있는 자금력 있는 수요들은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 매입 시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투기 목적의 매매가 급감할 전망"이라면서 "이에 따라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며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는 희소성이 높아 거래량이 줄어들어도 매도자들이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토허제는 매수억제정책이기 때문에 지정 지역의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탄핵정국,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매수세가 인근지역으로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월별·분기별 가계대출 관리체계과 더불어 수도권은 지역별로 가계대출 모니터링·관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대출이 줄어들어 실수요자들은 주택 매입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함영진 랩장은 "은행이 차주의 상환력을 꼼꼼히 살피게 되고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으로 차주별 대출총액이 줄어드는 현상이 야기되면 매입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임대료 상승은 꾸준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토허구역 재지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장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그야말로 모두 '멘붕' 상태"라면서 "소식을 들은 집주인이 급하게 연락이 와 내놓은 금액에서 빼보겠다는 등 가격 조정도 전보다는 용이해진 반면 실입주를 생각했던 매수인들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여유로운 입장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새롭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제 재지정이 발표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급매가 나오지는 않았다"면서 "갭투자가 오는 23일까지 활발히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에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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