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너무 화나요. 3류 보험사 선택해서."
노동조합 반발로 매각에 실패한 MG손해보험 소비자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2022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작업을 대행했던 MG손보의 매각 무산은 이번이 벌써 5번째다.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는 3개월간 MG손보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MG손보 노조가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실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MG손보 노조에 고용 규모를 전체 직원의 10%, 비고용 위로금 수준으로 250억원을 제시했지만, 노조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노조의 불안을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자칫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를 볼모 삼아 벼랑 끝 전술을 택한 노조의 방식은 옳지 못하다. 결국 매각 무산으로 노조는 직장을 잃을 가능성까지 커졌다.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MG손보 노조는 지난 17일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에서 정상적인 평가를 통한 매각 과정이 진행된다면, 노조는 MG손보를 믿고 보험을 가입하고 유지하고 있는 125만여명의 고객과 그 계약을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걸림돌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더니 이제 와서 고객과의 계약 보호를 내세우는 것은 염치없는 행동이다.
업계에선 MG손보를 인수할 곳이 없다는 전망이 대다수다. 이미 매물로 나온 보험사가 많은데, 부실이 많은 MG손보를 인수할 이유가 없어서다.
회사가 청산 절차에 돌입하면 소비자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 보험사 파산 시 5000만원까지만 해약 환급금을 보장해주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손실을 입는다. 특히 보험 계약이 해지되고 새로 가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보장 축소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 그렇다고 계약을 고스란히 이전받을 보험사도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MG손보 사태 후폭풍으로 중소형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성에 금이 갔다. 신뢰성은 보험 상품을 가입할 때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보험산업은 본질적으로 장기간의 복잡한 약속을 취급하고, 그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소비자의 믿음을 사고파는 업이다. 소비자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든다. 신뢰할 수 있는 보험사를 선택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보험 관련 커뮤니티에는 "MG손보 노조는 본인 고용 유지만 신경쓰고, 회사가 청산될 때 보험 계약자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을 지는 생각도 안 하고 있다" "회사가 있어야 노동자도 있지 답답하다" "노조가 수많은 가입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갔다"는 등의 성토 글이 주를 이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가 파산 위험이 적은 대형 보험사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장기간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하는 소비자들과 내실있는 중소형 보험사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 MG손보 사태를 계기로 강성 노조의 이기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선량한 보험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임유진 금융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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