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사즉생 각오, 경영진 통렬 반성 필요"
"당장 이익 희생하더라도 미래 투자"
임원 대상 세미나서 메시지 공유해
'독한 삼성인' 새긴 크리스털 패 전달
2025-03-17 09:53:31 2025-03-17 17:14:34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삼성 위기에 대해 "사즉생(死卽生, 죽고자 노력하면 산다)’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주요 사업에서 시장점유율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나온 이 회장의 메시지는, 현 위기 상황이 기업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와 같은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에서는 고 이병철 창업 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철학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고 전해집니다.
 
여기에서 이재용 회장은 기존 발언들과 함께 올해 초 신년 메시지로 내놓으려고 준비했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회장은 영상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술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그간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왔습니다.
 
세미나에선 외부에서 바라보는 삼성 위기 등을 주제로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의 강연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실력으로 키우기보다 ‘남들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함에 빠진 게 아니냐”, “상대적인 등수에 집착하다 보니 질적 향상을 못 이루고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충고가 잇따랐습니다. 참석자들은 내부 리더십 교육 등에 이어 세부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위기 대처와 리더십 강화 방안 등을 모색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참석자는 “여기(크리스털 패)에 새겨진 내용이 사실상 이번 세미나의 핵심”이라며 “삼성다움‘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독한 삼성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참석자는 “그동안 삼성이 너무 자만했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더 독해져야 한다는 취지가 전달됐다”며 “그만큼 현재의 삼성이 절박하다는 위기의식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해당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및 조직 관리 역할 강화를 목표로 경기 용인에 위치한 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다음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입니다. 삼성은 앞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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