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경영난에 빠진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에 대한 합작 투자를 엔비디아 등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005930)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만과 미국 기업이 손을 맞잡을 경우 인텔 파운드리 경쟁력이 삼성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합작 가능성에 따른 위기 시나리오를 염두하고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1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TSMC는 미국 엔비디아, AMD 등에 인텔에 대한 공동 투자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투자 제안에는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를 운영하되 지분율은 50%를 넘기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TSMC의 공동 투자 제안을 받아들여 TSMC가 이들과 함께 인텔 파운드리 운영에 나선다면, 삼성전자 입지는 자연스레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더 나아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휘청일 수 있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TSMC 등) 기업들이 인텔 파운드리를 운영한다면 한국 기업입지는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만 생산하게 되는 극한의 상황으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 교수는 “미국 정부 지원을 받는 마이크론의 HBM 기술력이 한국 기업을 넘어선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이 휘청일 수 있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이크론은 칩스법에 따라 61억6500만달러(약 8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받습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공동 투자가 실현될 경우 삼성전자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면서 “삼성은 TSMC 보다 한 템포 늦더라도 수율(총 생산품 가운데 정상품의 비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패키징 업체들과 협력해 파운드리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고객 확보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TSMC 등이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에 나설 경우 인텔 내부에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인텔은 이날 새 최고경영자(CEO)로 주주가치를 중시해 온 립부 탄 전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를 선임했습니다. 탄 CEO의 과거를 비춰볼 때, 현 인텔 이사회가 추진하는 사업부 매각에 그가 일부 동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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