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국민의힘이 12·3 내란 사태의 우두머리(수괴)로 지목된 윤석열씨 탄핵심판을 앞두고 극우화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윤씨의 탄핵심판에서 '각하'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대통령' 호칭 대신 권위주의 시절에 부르던 '각하'란 호칭을 제안했는데요. 논란이 되자 빠르게 삭제했습니다.
박대출(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행중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에서 전날 시위자인 윤상현(오른쪽), 강승규(왼쪽) 의원과 교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각하 혹은 기각 결정을 내려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두 차례 제출했는데요. 1차 탄원서에서 76명이 작성했으나, 2차 탄원서에는 6명이 추가된 82명의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일부 의원들은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며 헌재를 압박하고 있는데요. 극단으로 치닫는 국민의힘의 퇴행은 조기 대선의 최대 악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각하' 주장에 '2차 탄원서'까지…헌재 흔들기
국민의힘 소속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씨를 '각하'라고 부르자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는 "엄중한 시기에 탄핵이 각하되도록 뜻은 달라도 음이 같은 윤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는 운동을 벌이자"며 "탄핵이 각하되도록 하는 간절한 바람이 국민적 요청이 되길 기원한다"고 적었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82명이 헌법재판소에 윤씨의 탄핵심판을 각하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재차 제출했습니다. 1차 탄원서 제출 때보다 6명 늘어난 인원인데요. 전체 의원(108명) 10명 중 8명이 탄핵을 각하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탄원서 제출에 가장 적극적인 나경원 의원은 "탄핵심판을 각하해 주실 것을 청구한다"며 "설령 계엄이 헌법 또는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의회 독재의 심각성을 고려해 기각 결정을 해주실 것을 청구한다"고 했습니다.
윤씨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헌재 흔들기는 점차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요. 윤씨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일부 '친윤계(친윤석열계)' 의원들이 24시간 릴레이 피켓 시위를 이어가며 헌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시위에 나서는 의원들은 전날까지 6명 정도로 알려졌지만 이날 60여 명이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각하'만이 대한민국 체제를 다시 바로 세우고 비정상을 다시 정상화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탄핵 인용은 애초에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우리의 생각과 충정을 헌법재판관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회 해산"이란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중도층 이탈에도…'극우'로 가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장외투쟁을 통해 헌재를 압박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처럼 저렇게 장외 투쟁을 하거나 장외 단식을 통해서 헌재를 압박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침착하게 헌재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는 앞서 수차례 헌재를 항의 방문했고 개별 의원들의 헌재 앞 시위를 '개인 소신'이라며 방관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헌법을 수호해야 할 집권당이 헌법파괴 중범죄자를 적극 옹호하고 동조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풀려나자마자 관저를 방문해 내란 세력과 한 몸임을 자인하더니, 이제는 헌법재판소 선고를 앞두고 릴레이 겁박 시위를 이어간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헌재를 비난해 위협하려는 그 어떤 행위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윤씨가 석방되자 다음 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관저를 찾았는데요. 권 원내대표를 비롯해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 중진 의원들과 연이어 통화하고 여당 지도부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알려졌습니다. 공개 메시지는 최소화하면서도 여권 핵심 인사들과 접촉을 늘리고 탄핵 심판 선고 이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입니다. 일각에서 '관저 정치'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윤씨측 변호인들은 적극 반박에 나섰습니다.
서복경 정치학자이자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총체적 혼란 상태로 극우로 치닫고 있지만 방향성은 명확하지 않다"며 "집단적 결정에 의한 행동도 아니고 개인의 의견만 난무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유권자들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민의힘을 향한 중도층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탄핵 선고가 인용되고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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