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30일 휴전'의 미국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3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습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갈 전망인데요. 중국과 러시아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오는 4~6월 중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도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그 파장으로 북·미 정상회담까지 거론되는데, 국정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은 '패싱'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우 '30일 휴전' 합의…공은 푸틴에게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의 30일 휴전 방안을 담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양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됐으며 이는 당사자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며 "이는 러시아의 수락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미사일 등 공중전과 흑해에서의 해상전에 국한한 '부분 휴전'을 절충안으로 내놨는데, 미국이 오히려 전선 전체를 포함하는 휴전안을 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충돌' 이후 끊겼던 미국의 무기 지원과 정보 공유 지원 역시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의 뜻을 담은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갈등의 배경이 된 광물 협정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장기적 안보를 보장하고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한 포괄적 협정을 가능한 빨리 체결하는 쪽으로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 발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과 주중 소통을 추진할 것"이라며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앞으로 며칠 내에 미국 대표들과 접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화답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는 휴전 합의 도달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이번 주 중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6월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시진핑, 트럼프·푸틴 '중재자 역할론'
러시아가 미·우 협상 방안에 호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러시아는 미·우 협상이 진행되는 사이 최대 격전지인 쿠르스크를 중심으로 한 반격에 힘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우 협상 당일에도 러시아는 쿠르스크 12개 정착지를 탈환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공중·해상 부분 휴전안을 제시했을 때도 거부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만큼 쉽게 휴전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외적 요인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서방의 균열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서방의 압박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멈출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의 존재'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 논의를 위한 미·러 정상회담 개최와 휴전 성사 시 평화유지 활동에 관한 제안을 미국에 전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정 부분을 기여해 무역 전쟁을 누그러뜨리는 조치로 해석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와의 역학관계를 활용해 중재자로 나서는 방안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특히 이르면 다음 달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해법으로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눈밖 '한국'…"대중국 견제 압박만"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한국 외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약 2달이라는 시간 동안 그의 시선은 중동과 우크라이나·러시아·중국 등을 향했습니다.
외교의 대상에 한국은 오르지 못했고 우리나라는 관세 부과 대상국에 불과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중·러가 밀착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단계는 북한이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했고 취임 초에는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라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외교 전략이 몰락한 셈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러시아와 접촉면을 넓히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고착한 우리 정부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이와 관련해 반길주 외교안보연구소 국제안보통일연구부 조교수는 <한 달을 맞은 트럼프 2기와 인도·태평양 지정학: 경과와 전망>에서 "북한 비핵화 재확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식 거래적 접근으로 북한과의 스몰딜(부분 합의)의 가능성은 여전하고, 인도·태평양 중심성이 한·미 혹은 한·미·일 협력에서 포괄적 공조보다는 대중국 견제 공조로 치우칠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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