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주당-한국경제인협회 민생경제간담회에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차철우·김유정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재계 '맏형'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과 만나 '상법 개정안'과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제 제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을 논의했습니다. 민주당과 한경협의 지도부 인사가 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약 10년 만입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대타협까진 먼 길을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된 '빈손'…접점 찾기까지 '첩첩산중'
이 대표는 5일 국회에서 '민주당–한국경제인협회 민생경제간담회'에 참석해 류진 한경협 회장을 만나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앞서 2015년 9월엔 허창수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경협) 회장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번 간담회에서도 '친기업' 행보를 보였는데요. 그는 모두발언에서 "(기업을) 못 만날 이유가 어디 있냐"며 "국가 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연합체인데 당연히 만나서 의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회장도 "10년은 그간 너무 길었다. 오늘 이렇게 만나니 마치 옛날 차였던 여자친구를 만난 느낌"이라고 화답했습니다. 그는 "이 대표께서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시 성장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적극 공감한다"며 "결국 해법은 성장"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온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며 "창업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가 정신이 마음껏 발휘되는 제도와 환경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류 회장과의 면담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국가 전략 투자에 '이념 딱지'를 그만 붙이고 미래를 준비하자"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상법 개정안과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의견 차이는 여전했습니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경협 측은 이 대표에게 '상법 개정안에 대한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1시간가량 이어진 비공개 회담 이후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실제로 투자자들이 갖는 시장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도 높아지기 어렵다고 답변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피해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배임죄 폐지에 관한 얘기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도체 특별법에 관해서도 이견 차가 있었는데요. 조 대변인은 "한경협 측에서 (특별법 등에 관해) 대타협의 물꼬가 터졌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주52시간 예외에 관해 이야기한 것 같은데 다른 업계에 대해서도 풀어달라는 요구였느냐'는 질문에 "명시적으로 52시간을 말하지 않았다. 대타협의 물꼬, 쟁점이라는 표현을 썼지 주 52시간 예외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추가 근로에 대해서 수당을 지급하는 등 현행 제도 내에서 운영 가능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재명(왼쪽 세번째) 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주당-한국경제인협회 민생경제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사진=뉴시스)
우원식 "여야 합의 필요" 강조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는데요.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법안 상정이 보류됐습니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전체 주주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론으로 추진 중인 △집중 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민주당은 우선적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우선 통과시킬 계획입니다. 3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 탓에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은 여론전까지 펼치며 상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다만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반발이 여전한 게 '걸림돌'입니다. 경제계는 실질적인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해선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특별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은 경제계가 요구하는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조항 적용을 반대합니다. 앞서 이 대표는 52시간 예외 조항을 '수용'하는 듯 보였지만, 당내와 노동계의 반발이 심해 예외 적용을 보류했습니다. 민주당은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만 담은 특별법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키고 52시간 예외 문제는 장기적으로 의견을 나누자는 입장인 겁니다.
차철우·김유정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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