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대선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범야권 대선 후보가 모여 한 번에 경선을 치르는 '원샷 오픈프라이머리'를 전격 제안,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탄핵 심판 선고가 다가오며 조기 대선 채비가 활발한 분위기이지만 조국 전 대표 없는 조국혁신당은 대선 판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이 같은 조국혁신당의 고민이 담긴 '고육지책'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이재명 대표 중심의 '일극 체제'를 이어가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민이 야권 단일후보 뽑자"…'원샷 경선' 제안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대선 오픈프라이머리, '국민주권 아레나 2025'를 제안한다"며 "새로운 다수 연합 플랫폼으로 압도적인 정권교체의 희망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대행은 △야권의 모든 대선 후보 참여 △결선투표제 도입 △국민 손으로 후보와 공약 결정 △100% 온라인 투표의 4자기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야권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제한 없이 참여하는 원샷 형식으로,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인물도 후보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절차는 1차 컷오프, 2차 경선, 3차 결선투표를 단계적으로 진행합니다. 후보들이 직접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고 선거인단이 온라인 투표로 최종 공약과 후보를 선정합니다.
김 대행은 "사실상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를 국민이 결정하는 구조"라며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낡은 방식을 탈피할 수 있고, 국민의 신뢰와 참여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대선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조국혁신당·뉴시스)
조국혁신당은 오픈프라이머리 진행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거쳤고 민주당 등과 물밑 접촉을 통해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시 60일 이내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해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다른 야당이 응한다면 바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은 "선관위의 충분한 유권 해석을 받은 결과,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며 "가장 오래 걸리는 선거인단 모집을 지난 선거에서 했기 때문에 합의만 보면 된다"고 했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다른 야당, 시민사회와의 물밑 접촉은 진행돼 왔다"며 "각 정당의 답변을 받은 이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국 없는 혁신당의 대안…민주당 응답 '관건'
조국혁신당의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에는 조국 전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어려운 데다 지지기반 약화를 우려한 고충이 깔려 있다는 게 정치권 해석입니다. 조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총선을 통해 12석을 확보하며 원내 3당으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판결을 받고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입니다.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은 지지자와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소수정당은 인물 중심으로 이슈를 선점해 왔는데 조국혁신당의 간판이자 상징성이 큰 조 전 대표 없이 대선판에 끼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야권에서 부는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 수 없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민주당을 제외한 범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긍정론이 불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국혁신당의 제안이 현실화할 경우 대선 후보자의 존재감과 공약을 피력할 수 있는 데다 이재명 대표의 일극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뉴시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픈프라이머리 시초인 2002년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제를 통해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바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였지만 돌풍을 일으키며 유력 후보들을 꺾었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조국 전 대표가 있다면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며 "하지만 현재 조국혁신당이 지지자를 모으고 잡아두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전망했습니다.
변수는 조기 대선에 따른 물리적 한계와 민주당 내 비토론입니다. 헌재 선고 후 60일 이내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입니다. 조국혁신당이 각 당 경선 없이 야권 모든 정당의 대선 후보가 참여하는 '원샷 방식'을 제안한 것도 시간 제약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마지막 관문은 민주당입니다. 이 대표 체제가 공고한 가운데 민주당이 굳이 조국혁신당의 제안에 응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국혁신당 측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안해 온 것은 맞다"면서도 "물리적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며 에둘러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