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올해 은행들의 부실채권 상·매각 부담이 더 커질 전망입니다. 금융지주 밸류업 기조에 맞춰 자기자본비율(CET1)을 관리하고자 대규모 부실채권 상·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대손충당금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작년 한해 동안 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총 5조299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도인 2023년에 비해서 약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4대 은행의 연간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통상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되고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지우는 상각이나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 매각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상·매각을 하면 그 규모만큼 은행 자산이 감소하지만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작년 부실채권 역대급 상·매각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올해도 상·매각 규모를 더욱 키울 전망입니다. 경기 침체로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한계차주가 급격히 늘고 연체채권들이 부실채권으로 전환되는 양이 이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4대 은행의 추정손실 잔액은 2023년 처음 2조원대를 돌파한 후 지난해 2조5400억원을 기록하며 1년 사이 5000억원 넘게 급증했습니다. 추정손실은 회수가 불가능해 손실처리 외에는 방법이 없는 대출채권을 의미합니다.
은행권은 금융지주의 밸류업 기조에 맞춰 CET1 관리에 집중해야 하지만 대규모 부실채권 상·매각을 위해 따라오는 손실을 매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미래에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쌓아놓는 비상금입니다.
은행들은 연체가 부실화하는 양 자체를 줄이고자 차주들이 상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입니다. 은행권은 앞으로 3년 동안 약 2조원을 투입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채무조정이나 질서 있는 폐업을 돕기로 했습니다. 또 개인사업자 대상으로 대출을 내줄 때는 상환 능력을 더욱 꼼꼼히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갈수록 부실채권이 급증하며 상·매각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예상 손실범위 내에 있다"면서도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 연체가 부실화하는 양 자체를 줄이는 방안부터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작년 한해 동안 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총 5조2996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ATM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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