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여당과 민주당 간의 상속세 감세 논쟁이 치열하다. 정부·여당은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세계적으로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최고세율을 인하하고 가업상속(가업증여 포함) 공제한도액을 1200억 원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당 부대변인 또한 논평을 통해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기 위하여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및 가업상속 공제한도액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힌바 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28년 전 상속세 기본공제금액을 5억 원으로 규정한 이후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결과 중산층마저도 상속세 과세대상에 포섭되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즉 1997년 입법된 상속세 기본공제금액을 합리적 수준인 8억 원(배우자의 경우 10억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요컨대 여·야 모두 상속세 감세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긍정하지만 그 대상과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속세는 고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군인의 퇴직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최초로 시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로마시대에는 상속세가 매년 납부하는 것이 아니고 적용세율도 5%에 불과하였으며 무상으로 유산을 물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조세저항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 로마제국이 광활한 식민지를 유지하기 위하여 막대한 군비가 소요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의 로마 사회에서는 상속세 시행에 대하여 일정 수준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우리나라의 최고 규범인 헌법 규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 제9차 개헌 헌법 전문(前文)에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고 명시하여 ‘기회균등 민주주의가’ 곧 헌법 가치임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는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경제 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시장 개입과 조정을 긍정하고 있다.
이밖에 헌법재판소에서도 ‘상속세제도는 국가의 재정수입의 확보라는 일차적인 목적 이외에도, 자유시장경제에 수반되는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들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헌법이념에 따라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하여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1997.12.24. 96 헌가 19)’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는 헌법 가치인 ‘기회균등 민주주의’와 ‘경제의 민주화’의 실현을 위해 시행되는 과세제도로 새겨진다.
일찍이 미국의 전설적 대부호인 Andrew Carnegie는 ‘The Gospel of Wealth(1889)’에서 재산 상속과 관련하여 ‘거대한 부의 축적은 사회가 생산한 것을 개인이 소유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므로 개인이 부를 국가에 환원시키는 것은 공평한 것이다. 재산상속권을 제한하는데 실패하는 것이 오히려 기회균등과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국민의 이상을 부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일갈한 바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속세 감세와 관련하여 정부·여당과 민주당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한 번쯤 되새겨 보아야 할 경구가 아닐까 생각된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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