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중소형IB의 반격)③부동산PF 수익 '발목'…"틈새시장 노려야"
부동산 PF 중심 중소형사, 증시 호황에도 실적 '뚝'
"모험적 투자보다는 안정적 수익원 확보 우선돼야"
2025-02-24 06:00:00 2025-02-2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15:4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새해를 맞아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기업금융(IB)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치우쳤던 IB 업무를 전통IB와 기업투자로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형사가 독점하는 리테일 부문보다 IB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IB토마토>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IB 전략을 점검하고, 올해 IB시장의 향방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중소형 증권사의 기업금융(IB)이 단기적인 실적 회복 수단이 아닌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수익성과 지속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하지만 대형 증권사 대비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형사가 이 둘을 동시에 갖추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안으로 캐시카우와 모험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부동산 PF 집중된 사업구조 '양날의 검'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4년 잠정 실적을 발표한 자기자본 3조원 이하 5000억원 이상 중소형 증권사 15곳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1738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4364억원 대비 60.2% 감소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가
 
지난해 대형사를 중심으로 증권업황의 회복이 있었지만 전년 대비 이익이 늘어난 중소형사는 네 곳뿐이다. 교보증권(030610)이 65.8% 증가한 116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IBK투자증권 956억원(10.8%), DB금융투자(016610) 602억원(182.6%), 유진증권 583억원(115.9%) 순이다. 
 
이 외에 대다수 증권사는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 감소폭을 보였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의 경우 87.3% 감소한 40억원, LS증권(078020)유안타증권(003470)도 각각 전년 대비 26.6%, 34.3% 감소한 948억원, 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차증권(001500)은 16.1% 줄어든 547억원을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한 곳도 있다. SK증권(001510)상상인증권(001290)은 각각 1090억원, 497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아이엠증권과 다올투자증권(030210)은 각각 2106억원, 755억원 적자로 손실 폭이 더 커졌다.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악화는 주로 부동산금융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평가 등급 세분화가 타격을 줬다. 금융당국의 조치에 따라 사업장 평가등급은 양호-보통-악화우려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4단계로 세분화됐다. 이에 따라 후순위권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중소형 증권사는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했다.
 
실제로 아이엠증권은 지난해 부동산 부문 대손충당금을 3057억원까지 쌓았다.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도 작년 각각 432억원, 456억원으로 늘렸다. 상상인증권의 부동산PF 관련 충당금도 3분기에 이미 223억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중소형사의 수익성 악화는 대형사와 달리 다양하지 못한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사업 수익성 확대를 이뤄왔지만 부동산 시장 불황기에 이를 상쇄할 마땅한 사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PF에 집중된 사업 구조로 인해 해외 증시 투자 증가와 같은 시장의 호재 수혜를 받지 못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금융 관련 잔여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악화돼 수익 양극화가 심해졌다”라고 진단했다.
 
생존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수'
 
사실 부동산금융이 주목받기 시작한 2009년 당시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증권사의 채무보증업무가 허용됐다. 주로 은행권이 담당하던 부동산PF를 증권사가 앞다퉈 뛰어들게 된 것이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21년까지 CD금리가 2% 이하로 낮게 유지되면서 국내 주택매매가격지수는 2022년까지 우상향을 그렸다.
 
특히 국내에서 현대적인 의미의 부동산 PF를 처음 도입했다고 여겨지는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2000년대 부동산 PF 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기자본 기준 국내 2위 증권사로까지 성장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업 채무보증 변화 추이 (사진=자본시장연구원)
 
하지만 특별한 전략 없이 시장의 대세를 추종하면서 2022년 말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하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부동산금융에 치중한 상황이라 이를 만회할 대체 사업이 마땅치 않았다. 
 
이에 시장에선 중소형 증권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트렌드보다 비교우위에 따른 안정적인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대표 사례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2000년 ‘키움닷컴증권’이란 사명으로 처음 출범했다. 당시 자본금은 500억원이었고 임직원은 140명에 불과했다.
 
신생 소형 증권사던 키움증권이 현재 대형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당시 첫 도입된 인터넷 증권 거래 시스템이었다. 키움증권의 모회사인 다우기술은 삼성물산(000830), 엘렉스컴퓨터(현 키다리스튜디오(020120)) 등과 힘을 합친 덕분이다. 
 
당시 대다수 증권사가 ‘객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주식을 거래할 때 키움증권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위탁매매업을 주 수익원으로 삼는 전략을 짰다. 출범 첫해는 당기순손실 6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점차 인터넷을 통한 주식거래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인터넷 주식거래 수수료 수익은 키움증권의 중요한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한 키움증권은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 등 전통 IB와 함께 부동산 PF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 작년 3분기까지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하며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IB부문은 DCM과 인수금융을 중심으로 확대, 2022년과 2023년 548억원, 224억원에 불과하던 IB부문 영업수익은 1320억원으로 성장했다.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지난해 말 8188억원이었으나 16일 기준 1조3084억원으로 불었다. 업계 4위 규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많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수익성 확대에만 집중해 시장의 대세에 따라 사업을 개편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최근 부동산 PF처럼 오히려 수익성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라며 "키움증권처럼 꾸준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구축한 상황에서 모험 자본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증권업에서 자본 규모 비중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가 충분히 노려볼만한 틈새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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