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지속적 손실로 러시아 시장을 탈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협상 개입에 따라 다시 러시아 자동차 시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자동차 기업들보다 먼저 생산 현지화를 추진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됩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4월20일까지 러-우 전쟁 휴전을 원한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 재진출을 모색해야하는 시점 때문입니다.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해 현지 생산을 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생산 리스크를 관리할 준비가 돼 있음을 의미합니다. 앞서 현대차·기아 등 국내 업체뿐 아니라 르노, 포드, 폭스바겐,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쟁 여파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른 경쟁자에 비해 먼저 재현지화할 경우,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울러 생산을 현지화하면서 장기적인 시장 접근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와 유럽 지역을 연결하는 핵심 거점입니다. 러시아 재현지화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공장을 '바이백(재매입)'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바이백 시한은 올해 말까지입니다. 앞서 현대차는 러-우 전쟁 여파로 가동이 중단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2023년 12월 1만 루블(약 14만원)에 매각한 바 있습니다. 현대차 측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 내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거나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현대차가 공장을 재매입해 생산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KGM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도 러시아 내 완성차 공장에서 위탁 생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글로벌 대형 완성차 업체가 러시아에 발을 내딛지 않아 현실화할 가능성은 많지 않습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철수한 시점에서 KGM가 러시아 시장에 먼저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가고 나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 분석기관 오토스탯에 따르면 침체에 빠졌던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지난해 50% 가까운 연간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판매된 신차는 총 157만1272대로 전년 대비 48.4% 늘었습니다. 이는 159만대를 기록한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러시아 내 신차 판매량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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