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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풍산(103140)이 지난해 구리 가격 상승과 굵직한 방산 신규 수주를 바탕으로 실적을 대폭 개선했다. 올해도 구리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방산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면서 풍산의 사업 기반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풍산의 주주환원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풍산은 명확하게 주주환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성장한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배당총액을 2배 이상 늘리며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풍산)
신동·방산 양대사업 고른 실적 성장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풍산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3조5026억원, 영업이익 314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연도에 비해 매출(3조1006억원)은 13%, 영업이익(1903억원)은 65% 늘어난 실적이다. 영업이익이 증가함에 따라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235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1563억원)과 비교했을 때 50.7% 증가한 수치다.
풍산은 구리(신동)사업과 방산사업을 양대 주력 사업으로 삼는데, 지난해 실적 향상은 두 사업의 고른 매출 성장 때문으로 파악된다. 사업별 구체적인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두 사업이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동사업은 국제 구리 가격의 지속적 상승 추세로 인해 롤마진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롤마진은 신동제품 판매 가격과 구리 원료 가격 사이의 차이로, 국제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 원료 가격 상승분 이상의 판매 가격 인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롤마진이 확대될 수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가격은 지난 2023년 1톤당 8478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1톤당 9147달러 수준으로 7.9%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재생 에너지 전환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올해 국제 구리 가격이 1톤당 최대 1만달러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아울러 풍산의 방산 사업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방산사업은 신동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보장할 수 있다. 이에 꾸준한 수주가 확보된다면 지속적으로 영업이익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다. 특히 풍산의 방산 수주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비 증강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국내 방산 기업들의 연이은 전차 수출에 포탄을 공급하면서다. 풍산은 구체적인 방산 수주 잔고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상당액의 수주잔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풍산이 신규 수주한 방산 수주 규모가 7299억원에 달하고, 지난 11일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3585억원 대구경 탄약 수주를 따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풍산의 방산 매출이 1조2602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평가된 기업가치…주주환원으로 해소할까
우호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풍산의 기업가치는 동종업계 상장사 중 여전히 저평가된 상황이다. 지난 13일 기준 풍산의 PBR(주가장부가치비율)은 0.71배 수준으로 파악된다. 그에 반해 동종업계 비철금속 상장사인
고려아연(010130)의 PBR은 지난 13일 기준 2.1배 수준으로 풍산보다 3배 가까이 높다. PBR은 회사의 자본총계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을 뜻하는데, PBR이 1 이하라는 것은 회사의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과 2월 시가총액이 불어났지만, 시가총액은 1조5700억원 수준으로 여전히 자본총계 규모보다 낮다.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려면 우선 주가 부양이 우선이다. 풍산의 주가는 지난해 12월30일 종가 기준 4만9950원에서 13일 5만6000원으로 12.1% 오르는 등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구리 가격 강세와 방산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풍산의 주가는 지난해 5월 주당 7만8900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말까지 하락한 바 있어 단번에 주가를 부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업들은 별도의 밸류업 노력을 통해 주가 부양의 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로 ROE(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저평가 해소 방법을 찾는다. ROE는 자본 대비 순이익 비율로 높을수록 효율적인 이익창출의 지표로 사용된다. 이에 배당을 확대하면서 ROE 부양이 이뤄지는데,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도 늘리고 자본을 덜어내는 효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본이 축소되면 ROE가 상승할 수 있다.
풍산은 지난해 자본총계가 2조원을 넘어서는 등 높은 순이익에 따른 자본 확충이 충실히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비철금속 업계 내 순이익 규모가 최상위권을 자랑한다. 다만, 지난해 ROE(자기자본이익률)은 10.71%를 기록했는데 이는 우수한 수준을 밑돈다. 보통 15% 이상의 ROE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산은 양대 사업의 실적 향상을 바탕으로 올해 배당을 대폭 확대하며 PBR 저평가 문제를 점차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풍산은 올해 배당금으로 710억원(1주당 배당금 2600원)을 책정했는데, 이는 지난 2023년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풍산이 향후 주주환원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전반에 주주환원 확대 흐름이 커지고 있고, 방산 사업의 성장으로 향후 환원 기반도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풍산은 명확하게 주주환원 확대 방안을 공표하지 않는 등 밸류업에 있어 미온적인 태도였다. 다만, 지난 2023년부터 점차 배당금을 늘리기 시작했다. 풍산은 2021년과 2022년 연간 270~28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지만, 지난 2023년은 당기순이익이 감소에도 불구하고 총배당금을 328억원으로 늘렸다.
풍산 측은 올해 배당 확대의 배경 및 향후 밸류업 방향성 등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으로 배당 확대가 가능했으며,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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