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의 기원은 정확히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이집트 신화에서는 오시리스가 맥주를, 그리스 신화에서는 디오니소스가 포도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몽의 고구려 건국 신화에 술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문명에서 각기 다른 원료로 만들어진 술이 신화 속에서 공통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술이 인류의 보편적 문화이자 기호품임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특히, 당시 술은 제사나 제천 의식에서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쓰였을 뿐 아니라, 사람들 간의 친밀감을 높이고 만남에서 윤활유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음료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술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현재 가장 많이 소비되는 맥주와 소주(희석식 소주)는 우리 조상들이 마셔왔던 술은 아니다. 지금 우리 조상들이 마셔왔던 술과 가장 가까운 것들은 아마도 막걸리, 약주, 증류식 소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술들을 소비자는 ‘전통주’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법적으로 정의된 전통주는 이와 다소 차이가 있다.
현재 주세법(주류를 관리하는 법)에서는 전통주를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문화유산법」에 의해 무형유산 보유자가 제조하는 주류(국가 또는 지방 무형유산 술)
나.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주류 부문의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식품명인 술)
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농업인 또는 농업경영체에서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해서 제조하는 주류(지역특산주)
※ 자세한 내용은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주세법을 참고하면 된다.
무형유산 술과 식품명인 술은 전통주로 인정받기가 매우 까다롭다. 무형유산 술은 역사와 전통성을 갖춘 유산으로 가치가 있어야 하고, 식품명인 술은 20년 이상의 술 제조 경력을 증명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인정을 받는 수가 제한적이다. 반면, 지역특산주는 농업인이거나 농업경영체를 운영하면 비교적 쉽게 면허를 받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이를 기반으로 전통주 면허를 신청하고 있다.
전통주 면허를 받을 경우 주세 감면과 온라인 판매 혜택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먼저 전통주는 주세의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탁주는 그 혜택이 크지 않지만, 증류주와 같은 고도주에서는 주세 72%가 36%로 낮아진다. 또한 일반 주류는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하지만,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이러한 혜택 덕분에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급성장했다. 하지만 전통주에 지원 정책이 생긴 이면을 보면 씁쓸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전통주는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 전제인데, 이는 수입 농산물보다 비싸 원가 부담이 크다. 이러한 가격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금 감면과 온라인 판매 등의 혜택이 주어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전통주 생산 양조장들이 영세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지원 인센티브가 마련된 것이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주에 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 전통주는 ‘올드하다’, ‘나이 들어 보인다’, ‘세련되지 못했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젊은 양조인들이 유입되고 새로운 원료를 활용하고 참신한 방식으로 전통주를 재해석하면서 ‘힙하다’는 이미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병 디자인과 라벨이 젊은 소비층에 다가가기 어려운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이제는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이 유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통주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발전해야 할 것이다. 전통은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를 지니지만, 시대에 맞게 변화할 때 더 많은 사람 곁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방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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