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중소형IB의 반격)①부동산 대신 '전통IB'로 승부수…틈새시장 공략
IB 조직 강화…인재 영입, 조직 개편 잇달아
대형사 중심 리테일 피해 IB 틈새시장 노려
2025-02-13 06:00:00 2025-02-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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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증권사들이 새해를 맞아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기업금융(IB)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치우쳤던 IB 업무를 전통IB와 기업투자로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형사가 독점하는 리테일 부문보다 IB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IB토마토>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IB 전략을 점검하고, 올해 IB시장의 향방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새해 중소형 증권사들의 인사조직 개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IB 강화가 목적이다. 외부 전문가도 영입했다. 앞서 국내 중소형 증권사 IB는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2022년 고금리 이후 부동산 금융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새로운 수익성 확보를 위한 사업 찾기가 절실해졌고 '전통IB'가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중소형 증권사, 전통IB로 중심 이동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이엠증권(iM증권)은 IB2본부장으로 신재화 이사를 선임했다. 신 이사는 지난 2022년까지 KB증권 주식자본시장(ECM) 조직에서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은 IB 전문가다. 이오테크닉스, 유진테크, 케어젠 등 중소형 IPO를 발굴해 진행했고 SME(중소기업)금융부를 거쳐 2019년부터는 KB증권 ECM1팀 부서장을 맡았다. 
 
(사진=아이엠증권)
 
신 이사 영입은 투자업무 확대를 통해 기존 전통IB 부문 강화를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아이엠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IB 1,2총괄을 IB 1,2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IB2본부 산하 SME금융본부를 폐지하고 IB투자부를 신설했다.
 
신 이사가 이끌 IB2본부는 투자와 바이사이드(Buy-Side) 업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중소기업 금융을 넘어 다양한 딜을 발굴하고 전통 IB부문과의 시너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전통IB를 담당하는 IB1본부와 협업한다는 구상이다. 
 
사실 아이엠증권은 지난 한 해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부동산 PF 문제 때문이다. 2024년 3분기 금융당국의 부동산 건전성 평가 강화로 아이엠증권은 대손충당금 명목으로 614억원을 적립해야 했다. 이에 따라 누적 영업손실은 1636억원, 누적 순손실은 116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형사의 영업순수익이 3조9000억원에 달하며 과거 최대 분기 실적인 4조6000원 대비 85%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같은 기간 영업순수익이 1조원 수준으로, 과거 최대 분기 실적 1조8000억원 대비 52% 수준에 불과했다.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한 사업이 불황으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IB부문 대손 비용은 대형사의 경우 약 2000억원에 불과했던 반면, 중소형사는 7000억원에 달했다. 대형 증권사와는 달리 중후순위에 익스포저가 몰려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손실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엠증권에는 중소기업 유상증자 주관이 돌파구가 됐다. 아이엠증권은 까다롭다고 평가받던 판타지오(032800)의 23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이어 다원시스(068240)KR모터스(000040)의 유상증자에서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초에는 태성(323280)의 846억원 규모 유상증자 주관도 성공했다. 기존 부동산금융 중심의 IB가 전통IB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상반기 증시 회복기 때 리테일로 수익성 회복을 시도했지만 이미 대형 증권사들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한 상황에서 사업 확대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딜 주관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대형사 중심 '리테일' 보다 'IB' 틈새 공략
 
그간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한 IB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로 불황이 찾아왔고, 이로 인한 건전성 지표 악화와 충당금 적립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초 증시 회복 시기에 브로커리지를 중심으로 한 리테일을 통해 활로를 모색키도 했으나 대형사에 밀리기 일쑤였다. 예산 부족으로 MTS를 제대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 대형 증권사들의 전산운영비는 중소형사 한 해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37620)키움증권(039490)의 경우 각각 전산운영비로 921억원, 918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빈부격차로 이어졌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 실적에서 자기자본 규모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의 경우 평균 순이익 증가율은 53%인 반면, 자산규모 1조원 이상 4조원 미만 중형사의 경우 –30%로 오히려 역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IB'가 다시금 수익성 회복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대형 증권사가 미처 손을 대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수익성 회복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대표적인 예가 한양증권(001750)이다. 
 
(사진=IB토마토)
 
한양증권은 채권자본시장(DCM)에서 금융채 중심의 채권 주관과 인수에 힘을 쏟았다. 금융채의 경우 안정성이 뛰어나지만 낮은 금리와 그에 따른 낮은 수수요율로 인해 대형 증권사들의 참여가 일반 회사채보다는 저조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하로 인한 채권 발행 여건 개선과 더불어 금융사들의 리파이낸싱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쏠쏠해졌다.
 
덕분에 한양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3%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자기매매 285억원, IB 248억원, 위탁영업 -7억원, 기타 -58억원으로 IB 영업이익률은 21.6%에 달했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2월부터 우리금융지주(316140)·BNK금융지주(138930)·하나금융지주(086790)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하면서 실적을 쌓기 시작했다. 이어 카드사와 금융사의 후순위채 주관에 참여해 총 2조335억원 규모의 실적을 내 2024년 <IB토마토> 리그테이블에도 이름을 올렸다.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 회복은 IB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탄핵정국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증시보다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IB시장에서 ECM부문은 증시 불확실성에 따른 부진이 예상되지만 DCM의 경우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활성화될 것"이라며 "올해 IB 수수료 수익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할 것으로 추산돼 IB를 중심으로 한 실적 회복이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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