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실수요자 대책 없이 ‘총량’ 집착하는 금융당국
올해 증가규모 목표치 더 줄어
2025-02-06 13:56:37 2025-02-06 13:56:37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올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제출했지만 확정 목표치는 더욱 낮아질 전망입니다. 당국이 작년 계획치를 못 지킨 은행들에 총량 삭감 페널티를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인데요. 당국이 가계대출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책 없이 대출 총량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출총량 목표 하향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의원실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증가액)는 총 14조30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인 14조6800억원보다 6495억원이나 더 조인 규모입니다. 
 
올해 은행별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는 추후 정책대출 규모가 결정되면 당국과 은행 간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3조5000억원, 신한은행 2조3000억원, 하나은행 3조5000억원, 우리은행 2조800억원, 농협은행 3조1500억원입니다. 작년 가계대출 목표치와 비교하면 국민·신한이 각각 -9.08%, -24.6% 하향 조정했고, 하나·농협은 각각 25.66%, 57.5% 늘려 잡았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기업 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하며 가계대출 목표치를 2209억원으로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가 올해 2조800억원으로 정상화했습니다.
 
향후 최종적으로 확정될 가계대출 목표치는 이보다 낮아질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지키지 못한 은행에 대해서 초과치만큼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작년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은 모두 목표치를 상회했습니다. 하나은행이 1조6886억원으로 목표치를 가장 많이 넘겼습니다. 또 신한이 8363억원, 국민이 1368억원 초과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나치게 낮은 전망치로 1조3775억원 초과했습니다.
 
농협은행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목표치를 준수하면서 올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늘린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후 정책대출 규모가 정해져야 최종적으로 확정되겠지만 은행들이 일차적으로 제출한 수치를 기반으로 협의해 2월 중 목표치를 확정할 것"이라며 "지난해 대출 성적과 올해 1차 목표 수치 등을 감안해 페널티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는 총 14조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인 14조6800억원보다 6495억원 하회한다. (표= 뉴스토마토)
 
실수요자 방관하는 당국 정책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옥죄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입니다. 증가폭을 경상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한다는 입장인데요. 올해 경상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가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는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대출이나 중도금대출에서도 소득자료를 징구하는 등 심사과정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전세대출과 중도금대출, 정책대출 등에 관해선 은행들이 엄정한 소득자료를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이를 정확히 징구할 수 있는 쪽으로 필요하면 제도를 마련하거나 지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은 당국의 거센 압박에 올해 가계대출 총량을 무리해서 낮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은행 관계자는 "새해가 돼서 은행들이 대출 영업에 활발히 나선다는 말이 많은데 오히려 지금은 당국 눈치에 대출 허들을 더욱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집착에 대출 실수요자들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대출이 급한 이들은 더 높은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2금융권으로 눈을 돌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기조에 맞춰 은행의 가계대출 심사가 빡빡해져 차주들의 가계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도 "금융당국이 양적인 대출 총량 관리에만 집중한다면 은행들이 가계대출 목표치를 무리하게 맞추려다 중저소득 차주가 대출에서 배제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실수요자를 고려한 실효성 있는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면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국은 올해 연간 목표치 외에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월별·분기별 목표치까지 세분화해 설정한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으로 가계대출 허들이 높아지면 실제 가계대출 한도는 목표치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집착에 대출 실수요자들의 근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의 현금자동인출기 모습 (사진= 연합뉴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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