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 투톱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지난해 나란히 준수한 실적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양사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려 4분기 실적 명암이 갈렸는데요. 양사 모두 올해 상반기 반도체 업황 약세 전망 속 HBM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삼성전자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67% 늘어난 11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매출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간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0% 증가한 15조1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지난해 반도체 부문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는데요.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30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4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에 그쳤습니다. 수요 침체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범용(레거시)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했고,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늘어난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등 3분기(3조8600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했습니다.
이에 반해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와 연간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는데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2% 증가한 66조193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도 23조원을 넘겼는데요.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로 전분기에 세운 사상 최대 기록을 1분기 만에 뛰어 넘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조828억원으로 전년 대비 2235.8%, 전분기 대비 15% 늘었습니다. 4분기 매출은 19조767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 증가했습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연간과 4분기 영업이익 모두 삼성전자를 제친 셈이 됐는데요. 양사의 희비는 HBM 시장에서 엇갈렸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초부터 엔비디아에 HBM3E(5세대)를 납품하는 등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왔는데요. 4분기에도 높은 성장률을 보인 HBM은 결국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실적 견인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HBM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삼성전자는 적기 대응을 놓쳐 성장세가 둔화했습니다.
SK하이닉스 (사진=뉴시스)
반도체 투톱, 올해 ‘HBM 격돌’ 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모두 HBM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집중 전략을 내세웠는데요. 반도체 업황 악화 속 레거시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AI(인공지능)향 수요가 견조한 HBM 사업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먼저 삼성전자는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레거시 제품을 지난해 30% 초반에서 올해 한 자릿수 수준으로까지 매출 비중을 축소하고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첨단 공정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인데요.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GPU(그래픽 처리장치)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도 1분기 말부터 공급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가시적인 공급의 증가는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이후 고객 수요는 8단에서 12단으로 기존 예상 대비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면서 수요에 맞춰 램프업(생산량 확대) 하는 등 올해 전체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6세대인 HBM4의 경우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SK하이닉스도 성장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레거시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인데요.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를 반영해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적기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차세대 HBM4E 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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