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에 극우세력이 창궐하고 있고 몇 나라에서는 집권까지 했다. 미국 트럼프의 재선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인도의 모디, 나치 후예를 자처하는 오스트리아의 헤르베르트 키클,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등이 집권에 성공한 극우 지도자들이었다. 총선에서 승리하거나 약진하여 집권에 더 다가간 경우도 많다.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국민전선(FN)이 독일의 독일의 대안(AFD)이 대표적이다.
2020년 대선 후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던 트럼프 지지 세력의 미 국회난입 폭력, 2023년 브라질 대선 후 보우소나루 지지 세력의 국회 난동은 지도자들의 선동에 의해 극우가 폭동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건이고, 지난 19일 한국 극우세력의 서부지법 난입 폭력도 그러한 사건과 하나의 흐름 속에 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이후 지지 세력 결집, 서부지법의 극우 폭력세력의 난동 사건은 그 이전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 김민전 의원과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 등에 이어 이제 극우 폭력이 고개를 들고 정치 전면에 시작한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다.
태극기 부대가 광화문에 등장할 때부터 이미 행동하는 극우의 등장은 예고되었다. 온라인에서 일베 청년들이 민주화운동 세력, 광주 5.18 유족이나 세월호 유족을 조롱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극우 세력은 아직 노골적인 폭력을 감행하지는 않았으나, 이제 그들은 폭도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극우 파시스트는 언제나 경찰이나 국가 정보기관의 은밀한 지원과 비호하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8.15 해방정국에서 빈번하게 나타난 암살과 테러도 당시 미군정과 경찰의 비호하에서 진행된 것이다. 서북청년회의 제주에서의 테러와 민간인 학살, 이승만 정권 시기의 정치깡패들의 폭력도 국가기관의 지원과 비호하에서 진행되었다. 극우 테러나 폭력은 대체로 최고 권력자나 집권 세력이 자신의 편이고, 자기들이 테러나 학살을 벌인 후 체포되더라도 곧 풀려나거나 심지어는 영웅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자신감 위에서 발생한다.
이번 서부지법의 난동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법부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이들을 애국 세력이라 부르고 탄핵 반대를 성전이라 부추기며, 윤상현 의원이 잡혀도 “곧 훈방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국민의힘 측의 여러 비호 발언이 있었기 가능했다.
대체로 유럽과 미국의 극우의 약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고용 위기, 반이민주의와 인종주의가 강력한 동력이다. 이런 조건에서 봉건적 왕당파 지향이나 종교적 맹신,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가진 군 경찰 출신, 근본주의 기독교 신앙을 가진 백인 노동자층과 몰락한 중산층이 이런 극우 폭력의 돌격대가 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보수 기독교와 강한 반공주의 정치문화가 이들 확신에 찬 극우 파시스트를 육성하는 사회적 기반이다. 기독교 보수주의 세력이 뒷배 역할을 하는 점에서 한국 극우는 미국과 가장 닮은 꼴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청년층의 우경화는 여성혐오가 중요한 동력이고, 반이민 인종주의 등의 내용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서구의 극우와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트럼프 세력은 국익 최우선을 내세우지만, 한국의 극우는 성조기를 들고나온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한국 극우는 더 도착적이고 식민지 파시즘의 사생아들이다. 우선은 이들에 대한 엄한 처벌을 하되 반사회적 매체의 활동을 규제하고, 제대로 된 시민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극우 비호 세력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구조적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사회경제 개혁이 이들의 발호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길이다.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성공회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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