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에 시달리는 한국경제…트럼프 파장에 '촉각'
환율·유가·물가 등 변동성에 '예의주시'
트럼프, 관세 행정명령 미서명에 환율↓
단, 원화 약세요인은 '여전'
관세, 인플레 '야기'…달러 강세 '불가피'
수입·생산자 물가↑…유가도 여전히 높아
2025-01-21 17:29:32 2025-01-21 17:45:34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하면서 '환율·유가·물가' 등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발 관세 등 무역정책 개편과 그린 뉴딜 정책의 폐지 등을 비롯한 지속적인 국내 정치 불안 등이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1일 제3차 대외경제현안 간담회를 열고 출범한 미 신정부의 동향을 점검했습니다. 관세 등 무역정책 개편과 그린 뉴딜 정책의 폐지 등 일부 정책이 구체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등 경제·외교·안보의 협력 강화를 주문한 겁니다.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탄핵심판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떨어진 환율, 원화 약세 '여전'
 
특히 트럼프 쇼크로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분야는 변동성이 큰 환율과 물가 등입니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이 시장 불안감을 높이고 있는 데다, 트럼프 취임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초 예고했던 보편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트럼프가 서명하지 않으면서 환율이 20원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의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월보다 14.7원 내린 1437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장 초반에는 18.8원 하락한 1432.9원까지 떨어진 바 있습니다.
 
마감은 12.2원 내린 1439.5원으로 한 달 만에 최저치입니다. 그럼에도 환율 상승세가 다소 완화된 모습일 뿐, 원화 약세요인은 여전합니다.
 
일본 투자은행인 노무라 측은 트럼프의 관세·이민 관련 공약 이행에 따른 인플레 압력 증대, 연준 금리 인하 폭 축소, 달러 강세,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의 투자 심리 부정적 영향 등을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2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51.7원)보다 14.7원 내린 1437.0원에 출발했다. (사진=뉴시스)
 
관세 폭탄, 인플레 압력?…'강달러' 상쇄
 
더욱이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령 서명 중 받은 취재진 질문에 트럼프가 내달 1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공언한 만큼, 관세 부과 시점이 약 2주 유예된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행정명령에 물가 총력 대응이 담긴 데다, 보편적 관세의 경우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등 미국 내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관측도 잔존합니다.
 
그럼에도 세수 부족의 충당을 언급한 만큼, 관세 강화는 시간문제라는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지만 달러화 강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의 해외동향부 포커스를 보면 "전문가들은 향후 새로운 관세가 시행될 수도 있으나 즉각적인 관세 강화를 우려했던 일부 기업들은 안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며 "다만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간 내에 생각을 바꾸는 성향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와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등 내각의 핵심 인사들이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을 관세수입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힌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달러화 강세가 이를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행의 '2024년 12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1.7% 오른 119.51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한국경제호 물가 압력↑
 
문제는 한국경제호에 미칠 파장입니다. 특히 고환율·유가 요인으로 인한 물가 불안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은행의 '2024년 12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치)'를 보면 최근 수입물가 상승세가 이어진 가운데 생산자물가까지 밀어 올리면서 지난달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6% 급등했습니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11월(0.6%)에 이어 두 달째 상승세입니다.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이 오른 영향을 받은 겁니다.
 
농림수산품은 농산물(3.4%)·축산물(3.7%) 급등세로 전월 대비 2.8% 상승했습니다. 감귤(22.6%)·무(22%)·닭고기(14.3%) 등이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공산품 생산자물가는 석탄·석유제품(2.2%)과 화학제품(0.4%) 등을 중심으로 0.3% 상승했습니다. 산업용도시가스의 경우는 4.9%로 뛰었습니다.
 
국내공급물가지수를 보면, 원재료(1.7%)·중간재(0.5%)·최종재(0.7%)가 모두 올랐습니다. 국내 출하 외에 수출을 포함하는 총산출물가지수는 농림수산품(2.8%)과 공산품(1.0%)이 오르면서 0.8% 상승했습니다.
 
앞서 발표한 수출입물가도 석 달째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입물가는 기업 등의 생산자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아울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는 등 민간소비를 향한 악재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단, 트럼프의 화석 에너지 공급 확대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과 동시에 수입국의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트럼프발 석유 증산 예고에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99센트(-1.3%) 하락한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석유 시추 시점과 실질적 수출 때까지 물가 불안 요인은 남습니다. 사실상 석유 증산 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휴전에 따른 홍해 공격 중단 등이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배럴당 76.89달러로 여전히 높습니다.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도 배럴당 80.15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64센트(-0.8%) 하락에 그쳤습니다.
 
트럼프의 기후위기 부정론도 총체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2위이자 산업화 이후 누적 배출량 1위 국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로 전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에 처했다"며 "트럼프 집권기인 향후 4년간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외면한다면 그만큼 한국을 포함한 다른 다배출 국가들의 부담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기후 취약 계층이나 비인간 생명의 죽음과 피해가 가속화됨은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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