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독감 환자 숫자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설 연휴 이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정부의 '유화책'에도 의료계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해결은 여전히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첫 주 기준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99.8명으로 지난주보다 1.4배나 늘었습니다. 2016년 이후 최고치인데요.
영유아에게 폐렴 등을 유발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인 RSV와 메타뉴모바이러스, 코로나19도 동시에 유행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이동과 만남이 잦은 설 연휴 이후 독감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독감·코로나 동시 감염으로 설 명절이 감염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독감 진료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의원급 외래환자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독감환자일 정도인데요. 정부의 감염병 표본감시체계 구축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입니다. 지난 10일 탄핵정국 속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상계엄 포고령에 대해 사과 의사를 밝히며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화해의 손짓을 내밀었습니다.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의정대화 재개를 위한 수련 특례, 입영 연기 등의 대안도 내놨습니다.
특히 2026년 의대 정원은 내달까진 확정돼야 하는데요.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2026년도 정원에 대해서는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 계획에 따라 (내년도 정원을) 의협과 얘기하겠다"며 "3월 신입생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협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원점 재검토'에 동결과 증원, 감원이 다 포함됐느냐는 질의에는 "맞다"고 답했는데요.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이날 취임식을 가진 김택우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과거처럼 정부 정책에 끌려가지 않겠다"며 정부의 유화책을 일축했습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겁니다.
김 회장은 "여전히 정부와 여당은 사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후속 조치에 불과한 전공의 수련, 입영 특례 방침을 내세우고 실패한 여·의·정 협의체 재개를 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조건만으로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할 충분한 조건이 못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생들이 무더기로 휴학하면서 이들이 새 학기에 모두 복학할 경우 2025학번 신입생을 포함해 최대 7500명가량이 한꺼번에 1학년 수업을 받게 됩니다. 정부는 26학년도 정원을 얘기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우선 사태해결로 올해 정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회장은 "현 상태로는 의대교육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2025년 의대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임시방편이 아닌 제대로 된 의학교육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복지부는 이날 사직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복귀를 위해 9220명 규모의 레지던트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전공의 모집과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합의에 이르기까지 험로가 예상됩니다.
독감으로 환자가 붐비는 서울의 한 병원(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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