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국내 4대 지방은행이 건설업권에 빌려준 돈이 5년 사이 2조원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연체율까지 크게 뛰고 있어 건전성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BNK부산·광주·전북은행 등 4대 지방은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건설업권에 빌려준 대출잔액은 5조358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19년 3분기 3조4395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5년새 1조9185억원 증가한 금액입니다.
은행별로는 BNK부산은행의 대출이 5년 전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인 106.56%, 금액으로는 2조5554억원 늘었습니다. 이어 광주은행이 35.92% 증가한 1조2386억원, BNK경남은행이 23.88% 뛴 9684억원, 전북은행이 16.92% 늘어난 595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91조67억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부동산업 비중이 31.09%에 달하는데 건설업 비중도 5.9%까지 늘어났습니다.
통상 자금이 부족한 시행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시행사들은 짧은 만기로 투자자로부터 금융기관보다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시공사의 연대보증이 있어 리스크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경기가 악화되며 시행사들이 발행한 ABCP가 시장에서 수요가 줄자 은행에 직접 돈을 빌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연체율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지방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2022년 1분기 0.48%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2분기 1.36%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주요 4대 은행은 0.31%에서 0.83%로, 지방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시중은행에 비해 속도가 더 빨랐습니다.
4대 지방은행의 이자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무수익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평균 0.5%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BNK부산은행은 0.62%로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 경기 침체가 계속됨에 따라 중견·중소건설기업 경영여건이 계속 악화 중인데 지방 부동산시장의 악화로 중견 건설기업들의 영업손실이 커지고 있고 지역 중소건설기업은 부도 및 폐업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부도 처리된 건설기업 수는 27곳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446곳, 전문건설업체 폐업 신고 수는 1729곳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건설업계는 작년 말 금융당국에 경기 침체 속에 자금공급이 경색될 수 있다며 미분양이 심각한 수도권 외 지역부터 상향된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을 단계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국이 은행권에 당부한 가계대출 경영목표 관리에서 지방대출은 예외로 적용해달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가계부채에 의존해 지금까지 버텨온 건데 현재 가계부채가 더 많이 늘어나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채가 많이 누적돼 이젠 건설업을 가계부채로 뒷받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BNK경남·BNK부산·광주·전북은행 등 국내 4대 지방은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건설업권에 빌려준 대출잔액은 5조35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BNK부산은행이 5년 전 대비 106.56% 오른 2조5554억원을 기록하며 가장 크게 상승했다. (그래프=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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