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고환율도 '뉴노멀 시대'
2025-01-13 06:00:00 2025-01-13 06:00:00
"1500원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같이 온갖 악재들이 응축된 시기라면 원·달러 환율이 1600원에 도달할 수도 있어요."
 
불법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후폭풍, 항공 참사, 극심한 내수 침체 등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무거운 소식들에 침울해지는 요즘입니다. 통상적으로 연초에는 언론에서 의식적으로라도 희망찬 내용과 다짐을 담은 기사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올해는 이 같은 모습조차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문제는 이 같은 암울한 분위기가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오랜 시간 우리 사회 전반을 짓눌렀던 고물가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죠.
 
무엇보다 올해 우리 경제 전망을 위협하는 요인은 단연 환율 급등입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중후반 선을 오르내리는 실정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불과 지난해 9월만 해도 달러당 1300원대 초반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불법 계엄에 따른 정국 리스크 지속, 코리아 디스카운트 부각에 따른 외국인의 팔자 행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환율은 지난달 말 1480원 후반 대까지 치솟았는데요. 이는 2009년 3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환율 1400원 선은 우리 경제에 있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됩니다. 이를 넘어서면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봐도 무방한데요. 과거 환율이 급등했던 2009년 3월은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이로 인한 세계 금융 위기로 글로벌 전반의 경제가 휘청거리던 시기입니다. 그만큼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는 예사롭지 않은 악재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닮은 듯하면서도 조금 다른 것도 사실입니다. 당시 서브프라임 파장은 외생변수로,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환율 상승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촉발된 감은 있지만, 증폭된 것은 불법 계엄에 따른 여파가 큽니다. 예측하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자체 내부 요인이 환율 폭등 상황을 야기했다는 것이죠.
 
또 당시보다 현재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매우 저하된 상태입니다. 최근 수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된 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변수가 더해지면서 각종 경제 지표의 흐름이 좋지 못한 까닭인데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원재료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입니다. 고환율이 고착화하면 수입 원재료를 더 비싼 가격에 들여와야 하고, 이로 인해 물가는 들썩이는 상황 역시 일상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빵, 라면, 고기, 과일 등 먹거리 전반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지며, 이는 곧 가정 물가를 위협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레드 라인인 1500원을 넘어 160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그야말로 '고환율 뉴노멀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아무리 '뉴노멀'이라는 용어가 흔해졌다지만, 고환율 뉴노멀은 정말 달갑지 않습니다. 국민 전반의 고통이 지속되는 시대라는 의미도 되는 까닭입니다. 정국 안정과 함께 1500~1600원 환율 사태가 술자리 속 추억의 이야기 정도로 치부될 날은 언제쯤 올까요?
 
김충범 산업2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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