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화인베스틸, 중국산 공세에…조선업 회복에도 수익성 '빨간불'
중국산 철강 기자재 수입량 급증에 수요 감소
철강 가격 하락까지 겹치며 적자 심화
조선업계 수익성 강화 추세에 철강 수익성 개선 난항
2025-01-08 06:00:00 2025-01-0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6일 16:5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산 선박용 인버티드 앵글(이하 ㄱ자 형강, 일정한 모양으로 성형된 강철) 부문에서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인 화인베스틸(133820)이 조선업계의 실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감소했다. 조선업계가 중국산 ㄱ자 형강 사용을 늘렸고, 아울러 철강 가격 하락의 여파로 형강 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수익성 확대를 위해 중국산 ㄱ자 형강 등의 사용을 늘리는 추세로, 중국산 ㄱ자 형강은 국산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수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이 된다. 이에 화인베스틸의 수익성 반등도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화인베스틸)
 
전방산업 호조에도 영업손실 확대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화인베스틸은 조선업계의 수요에 따라 매출과 수익성이 영향을 받는다. 화인베스틸의 주료 제품인 ㄱ자 형강의 수요는 조선업계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조선업황은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화인베스틸은 실적이 악화되는 등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조선 수출액은 256억2600만달러로 직전연도(217억9200만달러) 대비 17.6% 증가했다. 반면 화인베스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848억원, 영업손실은 1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연도 3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1043억원)은 감소했고, 영업손실(34억원)은 확대된 모습이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은 중국산 ㄱ자 형강 사용량 증가 때문으로 파악된다. 조선용 ㄱ자 형강은 화인베스틸이 사실상 국내 유일의 제조사이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에 조선업계에서 중국산 ㄱ자 형강 사용량이 늘면 화인베스틸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 이는 조선업계의 실적과 방향을 같이 하는 연료 탱크 등 타 기자재 업체들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ㄱ자 형강의 양은 7만2174톤으로 이미 2023년 전체 수입량(5만3341톤)을 훌쩍 넘어서는 등 사용량이 늘고 있다.
 
아울러 철강 가격 하락도 화인베스틸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화인베스틸은 매 반기별로 철강 가격에 기반해 HD현대그룹의 조선 3사와 형강 가격을 협상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 가격이 오르면 형강 가격도 상승하고, 철강 가격이 하락하면 형강 가격도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을 정점으로 매년 철강 원료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화인베스틸은 지난해 3분기 철강 원료를 1톤당 81만원 수준에서 구매했다. 지난해 철강 원료 가격은 83만원, 2022년은 92만원이었다. 이에 철강 원료 가격 하락은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올해도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철강 가격의 하락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철강 가격은 최소 상반기까지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화인베스틸의 매출 확대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인베스틸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생산 능력도 늘리지 못하고 있다. 화인베스틸의 생산능력은 2023년 말 기준 연간 42만톤으로 2015년째 변동이 없으며, 향후 별도의 투자 계획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손실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수익성 강화에 실적 개선 난항
 
조선업계는 선박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 증가에 힘입어 원가 절감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국산보다 저렴한 중국산 ㄱ자 형강 사용 확대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조선 및 철강 업계 내부에서도 중국산 철강 제품의 품질이 국산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중국산 ㄱ자 형강 사용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미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산 재료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일례로 국내 1위 조선소인 HD현대중공업(329180)은 중국산 후판이 낮은 가격에 유입되자 중국산 후판 비중을 20%에서 25%로 확대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ㄱ자 형강도 후판과 마찬가지로 철강 가격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국산 사용 비중이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현재 중국산 철강 가격은 유통 가격 기준으로 국산보다 1톤당 10만원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화인베스틸의 수익성이 개선되려면 중국 현지의 철강 수요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이 필요하다. 중국 현지 철강 수요가 증가하면 철강 가격도 상승한다. 이에 중국산 ㄱ자 형강 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에 조선업계가 중국산 ㄱ자 형강 사용을 확대할 요인이 줄어들지만, 아직 그러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조선업계가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 중국산 원료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수익성 극대화 기조에 따라 조선업계가 중국산 원료 사용을 늘리고 있고, 중국 현지 철강 수요 감소로 인해 중국산 ㄱ자 형강 사용 확대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중국 내 철강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가 도래한다면 조선업계의 중국산 원료 조달에 제동이 걸릴 수 있으며 향후 공급망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철강업계가 공급망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철강업계가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조선업계가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철강 기자재 등 가격 인하를 밀어 붙이는 모습”이라며 “공급망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적절한 국산 ㄱ자 형강 등 사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